[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대한체육회가 국가대표들의 자율적인 훈련 환경을 개선하고 선수·지도자 인권 강화를 위해 '강화훈련 운영지침'을 개정했다.
'아테네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의 회장 선거 공약 사항으로 회장 당선 직후 진천국가대표선수촌을 찾아 선수·지도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했고, 태릉·진천선수촌에서 24년간 선수, 코치, 감독을 두루 경험한 김택수 신임 선수촌장이 12일부터 개정된 운영지침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이 파리올림픽 금메달 직후 작심 비판해 국회 문체위에서 '안세영이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회자된 트레이너 제도, 국제대회 후 휴식 등 제반 시스템도 선수 중심으로 개편된다. 선수의 경기력을 책임지는 지도자의 의무뿐 아니라 권한도 부여해 지도자 인권도 고려했다.
이번 개정으로 지도자 인정 범위가 확대되고, 트레이너 자격 요건이 명확해졌다. 지도자의 경우 민간체육시설 및 해외 지도 경력도 인정되며, 트레이너는 ▶의무 트레이너(물리치료사 자격 보유자) ▶체력·기술·심리·영상분석·장비 트레이너(종목단체가 인정한 자격증 보유자)로 구분했다. 강화훈련 계획과 선수 선발 과정에선 지도자 의견 반영이 의무화됐고, 개인 트레이너의 훈련 참여도 허용됐다. 전종목, 모든 선수에게 강제 시행돼 효율성 논란이 있었던 새벽훈련 및 산악훈련은 선수, 종목 자율로 전환해 훈련 선택권을 확대하도록 개정했다.
선수촌 생활 규정도 대폭 개선됐다. 주말 및 공휴일 외출·외박이 원칙적으로 허용되며, 학위 취득, 외래 진료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외출자의 귀촌 제한시간 예외도 인정하기로 했다. 부상 선수가 지정병원 외 본인이 희망하는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부상 진단 및 관리 체계도 정비해 선수의 건강권 보호를 강화했다. 또 불합리한 훈련 관행을 방지하기 위해 정기 점검 제도를 신설하고, 국제대회 참가 후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는 조항도 넣었다.
김택수 진천선수촌장은 "이번 지침 개정은 선수들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지도자 및 회원종목단체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앞으로도 선수들이 자율적인 훈련 환경 속에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촌장은 지난해 부임 직후 인터뷰에서 '선수촌 새벽훈련 자율화' 시행을 언급하면서 자율화 이후에도 새벽훈련 참여인원에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인원수에 변화가 없다. 유도, 레슬링, 복싱, 펜싱, 하키 등 대부분 다 나온다"면서 "우리 선수들은 월드클래스다. 자율에 맡겨놔도 알아서 다 한다"며 웃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와 존중이다. 서로 믿고 존중하고 배려하고 소통하면 뭐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뢰와 존중, 자율을 강조하면서도 "한계를 뛰어넘는 반복훈련 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