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11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 전북 현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13라운드. 이정효 광주 감독과 거스 포옛 전북 감독의 전략 대결로 관심을 모은 이날 경기는 예상을 깨고 광주의 일방적인 흐름 속에 진행됐다. 광주의 점유율은 68%에 달했다. 점유시간은 무려 43분21초였다. 올 시즌 K리그1 최장 기록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반 39분 터진 전진우의 결승골을 잘 지킨 전북의 1대0 승리였다.
최근 9경기 무패(6승3무)라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전북의 세부 기록을 보면, 눈여겨 볼 포인트가 있다. 9경기 중 2경기를 빼고 모두 점유율에서 밀렸다. 2024시즌 최악의 결과를 냈던 전북은 트레이드마크인 '닥공(닥치고 공격)'을 내려놓고 '닥수(닥치고 수비)'로 방향을 바꿨다. 상대에게 흐름을 내주더라도 지키며 상황을 모색했다. 이 기간 동안 전북의 평균 볼점유율은 43%에 그쳤다. 그럼에도 결과를 챙겼다.
전북의 사례는 올 시즌 K리그1에서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다. 올 시즌 지금까지 치러진 K리그1 80경기를 분석해보니, 점유율에서 뒤진 팀의 승률이 높은 팀의 승률 보다 높았다. 점유율에서 밀린 팀은 지금까지 35승을 거뒀다. 승률은 32.5%였다. 반면 점유율에서 앞선 팀이 승리한 경기는 25경기에 그쳤다. 승률은 31.25%에 머물렀다.
평균 60.9%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인 '디펜딩 챔피언' 울산HD가 두 경기를 더치러 가까스로 3위에 올라 있는 반면, 가장 낮은 평균 점유율(44.8%)의 '승격팀' FC안양은 깜짝 7위에 자리했다. 점유율 3위인 FC서울(52.4%), 5위 제주 유나이티드(51.5%)가 각각 9위와 11위로 부진한 시즌을 이어가는 반면, 점유율 11위 전북(45.1%)과 10위 김천 상무(45.3%)는 2위와 4위를 달리고 있다.
축구는 볼을 중심으로 한 팀이 공격하면, 반대편은 수비하는 구조로 이루어진 스포츠다. 더 공격하고, 덜 수비하면 그만큼 승리할 확률이 높아진다. 볼을 소유하는게 중요한 이유다. 그만큼 능동적으로 상대를 공략할 수 있고, 반대로 상대의 기회를 박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FC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이 '티키타카'를 통해 세계를 지배한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은 점유율 축구의 전성시대였다.
물론 점유율이 승리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문전에 최대한 빨리 도달하는게 트렌드가 됐다. 압박의 위치는 올라갔고, 트랜지션(공수 전환)은 더욱 빨라졌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역습 축구로 무장한 노팅엄 포레스트가 30%대의 점유율로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결국 단순히 상대를 압도하느냐가 아니라 상대를 괴롭히기 위해 무엇을 하느냐가 포인트다. 점유를 위한 점유가 아닌, 기회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점유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현대 축구는 파이널 서드를 중심으로 한 공격 전술이 더욱 세밀화되는 추세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농구를 보며 공격 전술을 짤 정도다.
K리그는 이 부분에서 더 발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솔로 플레이로 상황을 바꿀 압도적인 외국인 선수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공을 높게 점유를 하고도 승리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때리고도 상대를 쓰러뜨리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광주-전북전이 딱 그랬다. 광주는 결정적인 한방을 날리지 못하고, 잽만 때리다 제풀에 지쳤다. 광주의 2025시즌 기대득점값은 리그에서 가장 낮은 9.93에 그쳤다. 점유가 찬스 메이킹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뜻이다. 다른 팀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주말 대전을 상대로 53%의 점유율을 앞세워 무려 23개의 슈팅을 날린 서울은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울산이 최근 흔들렸던 이유도 결국 상대의 밀집수비를 깰만한 섬세한 공격 플레이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