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K리그에 골키퍼 전성시대가 다시 열린 걸까. '하나은행 K리그1 2025'가 3분의1 지점을 지난 현시점 유독 골키퍼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국가대표 NO.1' 조현우(울산)는 K리그1 12라운드 포항전(1대1 무), 13라운드 제주전(2대1 승)에서 연속해서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각각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5월 이후 경기 MOM(Man Of the Match)에 뽑힌 골키퍼는 조현우 한 명이 아니다. 송범근(전북)은 11라운드 서울전(1대0 승)에서 8개 선방, 김경민(광주)은 12라운드 김천전(1대0 승)에서 5개 선방으로 각각 MOM으로 뽑혔다. 올 시즌 K리그1 78경기에서 6명의 골키퍼가 8번 MOM으로 선정됐다. 지난시즌 같은 시점엔 골키퍼의 MOM 선정 횟수가 절반인 4회(시즌 총 15회)였다. 세부기록으로 선수를 평가하는 K리그판 파워랭킹 '아디다스포인트'만 봐도 골키퍼가 얼마나 두각을 드러내는지 확인할 수 있다. 김동헌(김천)이 1만6735점으로 전체 6위에 위치했다. 이창근(대전·1만5020점)이 10위, 조현우(1만4980점)가 11위, 이광연(강원·1만4250점)이 13위, 송범근(1만2560점)이 23위로, TOP 30위 안에 골키퍼가 5명이고, TOP 15엔 4명이다. 아디다스포인트 1위~15위를 포지션으로 분류할 때 공격수(FW)가 7명으로 가장 많고, 골키퍼가 두 번째로 많다. 미드필더(MF)가 3명, 수비수(DF)가 1명이다. '아디다스포인트'를 집계하기 시작한 2021시즌부터 지난 2024시즌까지 4년간 최종순위 15위 안에 포함된 골키퍼는 조현우 한 명뿐이었다. 2021시즌 21위에 오른 조현우는 2022년 13위, 2023년 9위, 2024년 9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엔 K리그1 MVP로 뽑혔다.
디펜딩 챔피언 울산뿐 아니라 다수의 팀이 골키퍼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창근은 13라운드 서울전(0대0 무)에서 상대의 23개 슈팅 중 단 하나도 골로 내어주지 않았다. 지난시즌 부진했던 황인재(포항)는 다시 정상적인 '폼'을 되찾아 포항의 반등을 뒷받침하고 있고, 강현무(서울)는 팀의 최소실점 2위(12실점)를 이끌고 있다. 6년만에 K리그1을 밟은 김다솔(안양)은 5라운드, 2년만에 전주성으로 복귀한 송범근은 11라운드 최우수선수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스플릿시스템이 도입된 2013시즌, 당시 총 6명의 골키퍼가 각각 1번씩 라운드 MVP로 뽑혔다. 2014시즌엔 5명이 총 8번 선정됐다. 골키퍼들의 황금기였다. 청소년 대표를 지낸 김승규 이범영이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도약한 가운데, 김용대 정성룡 유현 신화용 권순태 박호진 등이 기량을 뽐냈다. 그러다 주요 선수들의 은퇴와 해외 이적이 맞물리면서 2015시즌엔 3명, 2016~2019시즌엔 각 1명으로 서서히 줄어들더니, 2020~2022시즌엔 단 한 번도 골키퍼가 라운드 MOM으로 뽑히지 않았다. 그러다 2023시즌 1명, 2024시즌 3명으로 서서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조현우를 비롯해 이창근 김경민 송범근 김동헌 등 국대급 골키퍼들이 연일 빼어난 선방 능력을 선보이면서 '어느 경기장에서나 골키퍼만 보인다'라는 말이 현장에서 자주 나온다. 상위권 네 팀(대전 전북 울산 김천)이 골키퍼 덕을 보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골키퍼만 보인다'는 건 정상급 골키퍼를 시험에 들게 할만한 정상급 골잡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된다. 국내 공격수 중에선 전진우(전북·8골), 주민규(대전·8골), 이호재(포항·6골) 정도만이 시즌 초반 두각을 드러냈다. 다득점을 우선시하는 리그에서 골키퍼가 돋보인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현재 분위기상으론 올해 우승은 골키퍼에게 물어봐야 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