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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는데 7행시 애교? "예산없다" 수리비까지 떠넘긴 창원시,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는 '헛발질' [SC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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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창원시민들은 언제쯤 다시 '우리팀' NC 다이노스의 홈경기를 볼 수 있을까.

아직 정상화까진 거리가 있어보인다. 현재로선 관리 주체인 창원시를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

창원NC파크(이하 NC파크)에서 벌어진 불행한 사망 사고에 야구계는 하루동안 전경기를 취소하고, 검은 리본을 달고 뛰는 등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반면 창원시는 어땠나. 사고 직후엔 사용자인 연고 구단을 탓했고, 창원시의 시설 관리 책임임이 밝혀지자 이번엔 시와 시설관리공단이 서로 책임을 미뤘다. 이후 혹시라도 모를 책임을 피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나서기 전까지 재개장에 손놓고 있던 행태를 모두가 지켜봤다.

NC가 실력 행사에 나서자 그제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NC는 16일부터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경기를 치른다. 한달 넘게 원정경기만 치렀고, 울산도 다른 원정경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이지만, 그래도 일정 변경 등의 우려 없이 임시나마 '우리 집'을 찾은 선수단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창원시는 앞선 복지부동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로 '일단 창원에 복귀하라'는 입장이다. '이미 직접적인 안전조치를 마쳐 재개장에 문제가 없다. 창원시설공단이 시행할 정밀안전진단은 프로야구 경기와 병행할 수 있다'는 내용.

눈에 띄는 점은 이과정에서 NC파크의 수리와 정비에 드는 비용을 창원시가 아닌 NC 구단이 대고 있다는 것.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일단 비용 집행을 떠넘겼고, 지불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협의'로 퉁쳤다.

지자체의 특성상 당장 예산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NC를 대해온 창원시의 그간 행태를 고려하면 전액을 지불해줄 거란 기대는 되지 않는다.

이와중에 창원시의회는 '다이노스 컴백홈'을 주제로 한 7행시를 발표하는 코미디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진지한 반성과 책임 있는 사과, 재발방지 약속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눈쌀 찌푸려지는 감정적 호소로만 가득 찼다.

'NC다이노스에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이 글은 문단 앞글자를 볼드처리해 7행시임을 누구나 눈치챌 수 있도록 구성됐다. 구성에 들일 공을 내용에도 들였어야 하련만, 그간 NC 구단 및 KBO를 상대로 창원지자체의 행태를 떠올려보면 공허함만 가득하다.

창원시의회는 'NC파크의 조속한 재개장을 촉구한다. 구단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의회는 재개장 여부에 대한 타자가 아니라 주체다. NC파크는 만석시 선수단과 관계자 포함 1만8000명이 넘는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설이다. 이미 사고는 터졌고, 이제 안전이 최우선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인 NC 구단의 의사가 최우선으로 존중돼야한다.

지금이라도 신뢰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 안심하고 경기할 수 있는 환경을 입증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책임 있는 뒷수습을 마쳐야하는 입장이다. 마치 남이라도 되는 양 재개장을 '촉구'하거나 '결단'을 요구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또 '2010년부터 함께 만들어온 지난 시간', '소중한 관계'라는 표현도 눈에 띈다. NC파크의 공식 명칭은 '마산야구센터 창원NC파크 마산구장'이다. NC파크 건설 부지와 명칭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NC를 배제하고 제멋대로 추진하는가 하면, NC 본사 이전을 요구하고, 당초 연고 확정 당시엔 받지 않겠다던 사용료를 반강제로 징수하는 등 창원시의 수많은 말바꾸기, 갑질 행태는 야구팬들에게도 익히 잘 알려져있다.

이번 7행시를 주도한 인물은 창원시의회의 한 의원으로 알려졌다. 과거 '야구장 공식 명칭에 마산을 빼는 것은 창원시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 '창원시의 특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과도한 지원을 받고 있는 야구단이 지역사회 기여도는 아주 저조하다' 등 기록으로 남은 일갈의 주인공이다. '백마디 말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실천'이란 말은 어느 쪽에 어울리는 표현일까.

창원시가 무리하게 서두르는 이유는 명확하다. 당장 1년 뒤의 지방선거에 이번 NC파크 사태가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허구연 KBO 총재는 과거 창원시의 행태에 질리다못해 'NC 구단이 연고를 이전할 수도 있다'는 속내를 공개적으로 밝힌 적도 있다. 당시엔 NC 구단이 곧바로 진화에 나섰지만, 이젠 상황이 다르다.

더이상 창원에 끌려다니기보단 보다 협조적인 '새 보금자리'와 함께 남은 시즌을 치르면서 새로운 미래를 계획 정도는 해봐도 좋지 않을까. NC 구단의 존재 자체로 시가지가 활성화되고,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공헌도부터 다시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수년간 호성적을 통해 창원의 이름을 드높이고, 폭발적인 홍보효과까지 연출했던 무형적 가치 역시 창원시 및 시의회 주체의 책임있는 사과, 그리고 말뿐이 아닌 돈과 자세로 확실하게 인정받아야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2일 회의에서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시설물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에 보고하고, 사조위에서 '문제없다' 판정이 나온 뒤에야 NC파크를 재개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올시즌 홈경기 일정 전체의 파행을 우려한 NC가 KBO와의 협의를 통해 일단 울산시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 이유다.

하지만 창원시는 '재개장 여부는 소유자인 창원시와 관리자인 창원시설공단, 사용자인 NC 구단이 합의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도 일단 발을 뺐다. 창원시는 NC가 계속 울산시에 머물 경우 공문을 통해 홈경기 개최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포츠조선 취재 결과, 일단 NC는 울산시와 다각도의 협의를 마쳤다. 우선 6월까지 문수야구장을 사용하기로 했다. 향후 NC파크 복귀가 쉽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올시즌 전체'를 울산에서 소화할 경우 울산시 측에 지불해야하는 각종 비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마쳤다.

결국 핵심은 창원시와의 신뢰 관계다. 경남도민일보에 따르면 2년전 창원시의 정밀안전점검은 단 2주만에 끝났다. 길게는 3개월 이상, 아무리 짧아도 한달반 이상이 소요된 다른 9개 구단 홈구장과는 차이가 크다. 당시 문제의 '루버'에 대해선 점검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해 상-하반기 정기안전점검에 동일한 사진을 '복붙'한 행태도 드러났다. "안전 확보와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라는 창원시의 말을 믿을 수 없는 이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