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창원 LG는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단 한 차례 우승도 없다. 출범 원년 팀 중 유일하다.
탄탄한 모기업의 지원, 농구도시로 자리잡은 창원 팬의 열렬한 지지 속에서도 '우승의 한'은 풀리지 않았다.
지난 2시즌은 안타까움의 연속이었다. 조상현 감독이 지휘봉은 잡은 LG는 2년 연속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다. 번번이 4강에서 탈락했다.
특히, 지난 시즌 충격적 패배를 당했다.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수원 KT와의 엘리미네이션 게임에서 전반 15점 차 이상의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충격적 역전패.
허 훈과 패리스 배스를 막지 못했다. 단기전, 'S급 선수'의 위력을 절감했다. 반면, LG는 승부처를 책임질 확실한 카드는 없었다. 조직력은 만렙이었지만, 단기전은 다른 듯 보였다.
LG는 과감하게 팀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팀 간판 가드 이재도와 이관희를 내보냈다. 부상에서 신음하던 두경민과 전성현을 데려왔다.
리그 최상급 가드 두경민, 그리고 슈터로서 최고의 폭발력을 자랑하는 전성현이었다. '양날의 검'이었지만, LG는 주저없이 대형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그런데, 계산은 어긋났다. 두경민과 전성현의 부상은 심각했다. 전성기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았다. LG 조상현 감독의 플랜은 "정규리그는 버틸 수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두경민과 전성현이 가세하면 충분히 우승을 노릴 만하다"는 계산이었다. 단, 전제조건이 있었다. 두 선수가 LG의 수비 시스템에 완벽하게 녹아들어야 했다.
결국 실패했다. 두경민은 시즌 중반 임팩트를 보이긴 했지만, 부상으로 떠난 시간이 너무 많았다. 전성현은 좀처럼 고질적 부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에이스 아셈 마레이마저 부상으로 쓰러졌다. 시즌 초반 속절없는 8연패. 접전을 펼쳤지만, 결국 승부처에서 패했다. LG의 올 시즌도 '우승 저주'를 풀기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반전의 시작점이었다.
조상현 감독은 원칙이 확고하다. 강력한 수비가 기본적으로 깔려야 한다. 두경민과 전성현이 수비보다 공격에 초점을 맞출 때도 이 원칙은 흔들리지 않았다. 훈련량을 그대로 가져갔다.
이름값은 없었다. 디테일한 위치 조정, 케이스 바이 케이스에 따른 맞춤 전술을 계속 가동했다. 결과물은 달콤했다. 양준석과 유기상이 '경험치'를 먹었고, 급성장했다. 3&D 정인덕의 발견도 있었다. 3명 선수와 연봉 총합은 3억4000만원에 불과하다. 6억원이 넘는 슈퍼스타들이 부상과 팀내 불화로 마이너스 요소가 된 점을 감안하면 정말 감탄스럽다.
여기에 칼 타마요는 마레이와 절묘한 호흡을 맞추면서 리그 최고의 프런트코트를 형성했다. 5명의 유기적 움직임, 자연스럽게 형성된 팀 컬러는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냈다. LG는 '누구도 쉽게 이기지 못하지만, 쉽게 지지 않는' 팀 컬러를 확립했다. 예전 프로야구 SK 왕조를 세웠던 김성근 감독의 지도 철학과 맞닿아 있다.
두경민이 4강전을 앞두고 이탈했다. LG 측에 따르면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퍼포먼스를 할 수 없다고 했고, 결국 조상현 감독과 불화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고 했다. 전성현도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두 선수는 완벽하게 플레이오프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LG가 3시즌 동안 확립한 팀컬러는 단기전에서 더욱 '찐'해졌다.
양준석과 타마요가 팀의 볼 핸들링을 책임지면서 해결사로 등장했다. 4강에서 현대모비스를 3전 전승으로 눌렀다. LG의 존재감은 태풍이 됐다. 파이널, 상대는 정규리그 1위 서울 SK였다.
문제 없었다. 3연승 이후 3연패. 우승의 길은 험난했다. 하지만, 마지막 7차전 끝내 승리를 잡아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LG 우승은 올 시즌 최고의 반전 스릴러였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