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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최초 바이올린 제작 콩쿠르 심사한 박지환 "감회가 남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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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세계 최고 권위의 '제15회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 제작 콩쿠르'.
심사위원 명단에는 익숙한 한국식 이름인 'Ji Hwan Park'(박지환)이 보였다. 약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콩쿠르 사상 최초의 한국인 심사위원이었다.
"제가 앞으로 이 길을 계속 갈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저를 심적으로 안착할 수 있게 도와준 콩쿠르여서 꼭 다시 한번 와보고 싶었어요."
폴란드 비에니아프스키 제작 콩쿠르 심사위원을 맡은 최초의 한국인 현악기 제작자 박지환(42) 씨가 최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감회가 남다르다"며 심사를 한 소감을 전했다.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 콩쿠르는 바이올린 연주가이자 작곡가인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를 기리기 위해 열린 대회로 제작 콩쿠르와 연주 콩쿠르로 나뉜다. 제작 콩쿠르는 1957년부터 국제 대회로서 5년에 한 번씩 열린다. 주최 측은 당초 내년에 열릴 예정이었던 대회를 앞당겨 올해 개최했다.
이 콩쿠르는 현악기 본고장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열리는 '크레모나 트리엔날레 현악기 제작 콩쿠르', 독일의 '미텐발트 국제 바이올린 제작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모던 현악기 제작 콩쿠르로 꼽힌다.
박지환 씨는 2016년 이 대회에서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그가 출품한 바이올린 두 대가 1위와 2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대회 사상 세 번째 기록이었다.

그는 대회가 열리는 폴란드 포즈난을 9년 만에 찾았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에 다시 방문하게 돼서 너무 기뻤습니다. 열흘이 넘는 시간을 정말 정신없이 보낸 것 같은데요. 그래도 여러 좋은 악기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자세히 보고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은 공부가 됐어요."
박 씨는 우승 당시 악기인 '오르소'(Orso)를 다시 만나는 행운도 맞았다. 우승작은 폴란드 문화재청에 등록된 상태로 비에니아프스키 재단에 보관되고 후원차 유능한 젊은 연주자에게 빌려준다. 다른 심사위원의 도움으로 지금 그 악기를 사용하는 학생을 만났다고 한다.
그는 "다행히도 학생이 악기를 마음에 들어 해서 정말 고마웠고 악기도 건강하게 소리가 잘 나고 있었다"며 "악기를 너무 잘 사용해주고 있어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고 했다.
이번 콩쿠르 심사위원에는 또 다른 한국인도 이름을 올렸다. 2011년 비에니아프스키 연주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 씨다. 콩쿠르는 만듦새를 평가하는 제작 심사와 소리를 평가하는 소리 심사로 나뉘는데 윤 씨는 소리 심사를 담당했다.
박 씨는 "총 7명의 심사위원 중에 한국인 2명이 초대된 것도 특별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씨는 서울시립교향악단 트럼펫 주자 출신인 부친의 영향으로 음악 전공을 모색하다 바이올린 제작으로 진로를 바꿨다. 이탈리아 크레모나에 있는 국제 스트라디바리 현악기 제작학교에 다녔고 2015년부터는 크레모나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공방을 운영했다.
그는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에도 꾸준히 콩쿠르에 도전해왔다. 2018년 독일 미텐발트 제작 콩쿠르에서 바이올린과 비올라 작품으로 참가해 바이올린은 4등상을, 비올라는 은메달과 최고제작가상을 받았다.
같은 해 크레모나 트리엔날레 콩쿠르에선 바이올린은 동메달을, 첼로는 은메달과 최고제작가상, 베스트 바니쉬상을 받았다. 베스트 바니쉬상은 현악기의 칠을 평가하는 부문이다.
2016년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에서도 최고제작가상을 받은 것을 포함하면, 3대 모던 현악기 제작 콩쿠르에서 모두 최고제작가상을 수상한 셈이다. 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박 씨만이 가진 기록이다. 최고제작가상이 제작 심사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제작자에게 수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만듦새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씨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악기 제작자는 일한 지 30년 정도는 돼야 전성기를 맞는다"면서 "저는 아직 젊은 편이어서 배울 게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여러 곳을 많이 다닌다"며 "독일이나 미국에는 전시회를 하러 많이 가고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 있는 제작자들 모임에도 나가 정보도 얻고 같이 공부한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콩쿠르에 계속 도전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미국 바이올린협회(VSA)가 여는 VSA 제작 콩쿠르도 목표 중 하나다.
그는 "VSA콩쿠르도 앞으로 참가해볼 생각이고 크레모나 트리엔날레 제작 콩쿠르도 더 나가보려 한다"며 "한 자리에 여러 제작자가 모여 정보를 나누고 공부하는 자리는 꾸준히 참가할 것"이라고 했다.
"많은 한국인 제작자가 해외에 나와서 배우고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ncounter24@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