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거래량, 전세사기 전 수준으로 복귀
"낮은 가격에 매력 느낀 실거주자 진입"…인천 빌라는 4년째 하락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 연립·다세대주택(빌라) 실거래가격이 전세사기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2022년 7∼8월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올해 3월 실거래가격은 2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서울 빌라 시장에 오랜만에 볕이 드는 모습이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의 연립·다세대주택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는 전월보다 2.05% 오르며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월 대비 3월 상승 폭은 2022년 6월(2.30%) 이후 가장 높았다.
2020∼2021년 2년 연속 10%대 상승률을 보인 서울 빌라 실거래가격은 전세사기 사태가 불거진 2022년 2.22% 하락했고, 2023년에는 0.85% 오르며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전세사기 문제가 서서히 잦아들면서 작년 실거래가격은 3.44% 상승했는데, 올해는 1∼3월 누적 상승률이 3.58%로 작년 연간 상승률보다 크다.
올해 3월 서울 빌라 실거래가격지수는 143.7로 2022년 8월(143.9) 수준까지 높아졌다.
실거래가지수는 시세 중심의 매매가격지수와 달리 실제 거래된 가격을 동일 주택형의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지수화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인 거래량도 살아나고 있다.
3월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 거래량은 3천24건으로 1년 전(2천304건)보다 31.3% 증가했다.
서울 빌라 거래량이 3천건을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서울 빌라 매매수급 동향은 4월 99.4를 기록하며 '수요 우위(100 이상)'에 가까워졌다.
서울과 함께 경기도 연립·다세대 실거래가도 1분기 1.40% 상승했으나 다른 지역은 아직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1분기 빌라 실거래가격이 2.86% 떨어졌다. 이 지역 빌라는 2022년부터 4년째 하락세다.
지방 빌라는 1분기 2.57%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가격 부담이 커지자, 빌라가 대체제로 부각된 점을 시장 회복세의 요인으로 꼽는다.
아파트값이 오르는 동안 빌라 가격은 내려가거나 제자리걸음을 해 가격 경쟁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시세 7억∼8억원(공시가격 5억원) 이하 빌라를 보유해도 청약 때 무주택자로 인정하는 등 비(非)아파트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 정책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빌라 가격에 대해선 더 큰 폭으로 오를 여력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은선 직방 데이터랩장은 "회복세가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투자 수요도 더해져야 하는데, 현재는 낮은 가격에 매력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진입한 측면이 커 보인다"며 집값이 크게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횡보 장세'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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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