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구가 넘었는데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았다. 야수들이 저 모습을 보고 감동했을 것이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고쿠보 히로키 감독은 21일 9회말 끝내기 패를 당한 뒤 이례적으로 상대팀 선발투수를 칭찬했다. 8회까지 '111구'를 던진 선발투수가 9회에도 등판해 마지막 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9회초 소프트뱅크 5번 야나기마치 다쓰루를 상대로 던진 '121번째' 공이 시속 153km를 찍었다. 볼카운트 1S. 시속 149km 패스트볼로 1루수 땅볼을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1-1 동점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21일 홋카이도 기타히로시마 에스콘필드. 니혼햄 파이터스 입단 4년차 우완 기타야마 고키(26)가 9이닝 4안타 1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총 122구로 삼진 10개를 잡고, 2대1 역전승을 이끌었다. 팀 승리를 만든 '불꽃 역투'다.
'10탈삼진'은 기타야마의 한 경기 최다 기록이다. 8회가 끝나고 투수코치가 연투 의사를 물었을 때 기타야마는 "물론입니다"라고 답했다. 기타야마는 2회초 소프트뱅크 4~5번 나카무라 아키라와 5번 야나기마치에게 연속 안타를 내준 뒤 희생타로 1실점했다.
그는 경기 후 진행된 히어로 인터뷰에서 "이 자리에 서고 싶었다. 오늘은 투구폼이 안정돼 피로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라고 했다. 지난 5일 오릭스 버팔로즈전에서 8이닝 1실점 완투패를 했는데, 또 경기를 혼자서 책임졌다.
기타야마의 투혼에 야수들이 화답했다. 군지 유야가 9회말 1사 만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터트렸다. '2볼넷-1안타'로 만든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2시간 31분 팽팽하게 흘러갔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날(20일)엔 1선발 이토 히로미(28)가 9이닝 5실점(4자책) 완투를 했다. 2-3으로 뒤진 9회에도 등판해 2실점하고 완투패를 기록했다. 총 117구를 던졌다. 상대 선발투수 리반 모이넬로는 7이닝 2실점하고 승리를 챙겼다.
이토는 지난 4월 29일 소프트뱅크를 상대로 9이닝 5안타 1실점 호투를 펼쳤다. 당시 상대 선발이 모이넬로였다. 니혼햄은 연장 10회초 1점을 뽑아 2대1로 이겼다. 이토에게 승리가 돌아갔다.
20~21일 니혼햄은 이토와 기타야마가 18이닝을 책임졌고, 소프트뱅크는 총 8명이 마운드에 올랐다. 두 선발투수 덕분에 니혼햄 불펜이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고쿠보 소프트뱅크는 이 점이 부러웠을 것이다.
6인 선발체제가 정착한 일본프로야구. 보통 선발이 일주일 간격으로 등판한다. KBO리그 선발투수보다 더 쉬고 준비해 나간다. 이렇다 보니 KBO리그보다 등판 이닝이 길고, 심심찮게 완투가 나온다. 그런데도 니혼햄 선발투수들의 완투 능력이 놀랍다.
올 시즌 니혼햄 선발 5명이 총 9차례 완투를 했다. 기타야마가 21일 완투승을 올리면서 5명이 5월이 지나기 전에 완투승을 신고했다. 니혼햄 구단에선 1991년 이후 34년 만의 기록이라고 한다.
입단 3년차 우완 가네무라 쇼마. 6경기에서 올린 '3승'이 모두 완투승이다. 이 중 2번은 9이닝 완봉승이다. 완투로 3연승 중이다. 이토와 기타야마가 각각 2번씩 기록했다. 베테랑 좌완 야마사키 사치야(33)는 5월 16일 지바 롯데 마린즈전에서 122구로 9이닝 완봉승을 거뒀다. 오릭스 소속이던 2017년 이후 무려 8년 만의 완봉승이다.
이닝 소화능력은 선발투수의 기본 자질. 신조 쓰요시 감독은 특히 이를 강조한다. "불펜투수가 긴박한 상황에서 던지는 것보다 선발이 책임지는 게 좋다"고 말한다. 불펜이 약해 의존도를 낮추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