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토트넘의 역사적인 우승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다.
지난 2024년 여름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두 번째 시즌인 이번 2024~2025시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에서 팀을 17위로 떨어뜨리며 온갖 조롱과 비판을 받았지만, 결국 중요한 순간에 팀에 우승컵을 안겼다. 토트넘은 22일(한국시각) 스페인 빌바오의 산마메스에서 열린 맨유와의 2024~2025시즌 유럽유로파리그(UEL) 결승에서 브레넌 존슨의 선제결승골에 힘입어 1대0 승리,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만이자 1984년 이후 41년만의 유럽 대회 우승이다. 손흥민은 프로데뷔 후 15년만에 처음으로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난 두 번째 시즌에 항상 우승을 하곤 했다."
시즌을 앞둔 지난해 9월, 아스널과의 북런던더비에서 0대1로 패한 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꺼낸 말이다. 한 달 전인 8월에 "두 번째 시즌에 보통 우승을 했다"라는 발언에서 '보통'(usually)을 '항상'(always)으로 바꾸며 우승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실제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스코틀랜드 셀틱, 일본 요코하마F.마리노스, 호주 브리즈번로어에서 어김없이 2년차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2년차 우승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다. 셀틱에선 도메스틱 트레블을 이끌었다. 호주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아시안컵 우승컵도 차지한 바 있다. 대중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유관력'을 간과했다.
그는 지난 8월 "첫 해는 원칙을 세우고 기반을 다지는 시기다. 두 번째 해에는 뭔가를 얻어내는 시기"라며 "토트넘은 확실히 지난해보다 더 잘 준비된 팀"이라고 말했다.
리그 성적은 최악으로 치닫았지만, 유로파리그에선 달랐다. 8강에서 손흥민의 불의의 발 부상에도 불구하고 아인트라흐트프랑크푸르트를 합산 2대1로 꺾었다. 준결승에선 '돌풍팀' 보되/글림트를 5대1로 대파하며 아틀레틱 빌바오를 꺾고 결승에 오른 맨유와 결승에서 맞닥뜨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2일 부상 회복 이후 컨디션이 100%가 아닌 손흥민을 과감히 선발에서 제외했다. 큰 경기에는 보통 경험이 풍부한 선수를 투입하기 마련인데, 후반전까지 내다본 전략이었다. 존슨, 도미닉 솔란케, 히샬리송이 공격진에 배치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략은 주효했다. 전반 42분 존슨이 파페 사르의 좌측 크로스를 문전에서 침착하게 밀어넣었다. 그 순간 손흥민과 동료들은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얼싸 안고 기쁨을 표출했다.
손흥민은 맨유가 볼 점유율을 높이며 동점골을 위해 몰아치던 후반 22분 부상한 히샬리송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남은 23분간 활발히 그라운드를 누비며 팀의 1대0 무실점 승리를 뒷받침했다. 그리고는 태극기를 몸에 두른 채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렸다. 하늘은 손흥민과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토트넘을 외면하지 않았다.
수비수 미키 판 더 펜은 경기 후 "감독님은 2년차에 항상 우승한다고 말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우리는 유로파리그에서 정말 좋은 모습을 보였다. 감독님이 말씀하신대로 우승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라고 '2년차 우승 신드롬'을 언급했다.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도 '라이벌' 맨유의 무관에 의미를 부여한 것인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발언을 SNS에 남겼다.
'우승 명장'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안도한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우리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다면 꽤 실망스러울 거다. 한 사람의 비전을 믿기 어렵다는 걸 이해한다. 레비 회장이 '우린 많은 승자를 배출했지만, 이제 안지를 얻었다'라고 말했던 걸 기억한다. 난 이제 승자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나만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고, 내가 하는 일을 위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우승 소감을 남겼다.
15년만에 처음 우승한 손흥민에 대해서도 한 마디를 남겼다. "쏘니에게도 이런 하루가 오기를 바랐어요. 지난 10년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냈으니까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