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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말저런글] 갑순이가 말한 '24일 자정'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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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

육십갑자의 아래 단위를 이루는 요소, 즉 지지(地支)입니다. 열두 개여서 십이지(十二支), 십이지지(十二地支), 십이진(十二辰) 등 이름이 여럿입니다.

이것으로 시간을 나타낼 때가 있습니다. 자정(子正)이 그중 하나입니다. 자정 외에 정오(正午)도 자주 쓰입니다.

자시는 23시부터 이튿날 01시까지를 말합니다. 23시, 즉 밤 11시는 자초(子初)라고 하고요. 오늘의 주인공, 밤 12시이자 동시에 다른 하루의 시작인 00시는 자정이라고 합니다. 01시는 자말(子末)이겠지요. 이 원리로 축(01∼03) 인(03∼05) 묘(05∼07)시 하고 주욱 한 바퀴 돌면 24시간이 다 표현됩니다. 논리적으로 보면 01시 무렵은 자말시일 수도, 축초시일 수도 있겠지요. 02시는 축정, 03시쯤은 축말이자 인초시에 해당하겠고요.

자정의 뜻이 이런 만큼 갑순이가 '24일 자정까지 리포트 끝내라' 하고 갑돌이한테 말하면 갑돌이는 헷갈립니다. 24일 24시(24일 밤 12시)이냐, 24일 00시(23일 밤 12시)이냐 하는 것이지요. 갑순이는 말을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옛말 사랑이 지극한 것은 알겠지만, 연인 사이에 모호한 단어를 골라 쓰면 오해만 심해질 테니까요. 알아보니 갑순이는 개시한다는 개념으로 자정을 00시로 사용했다고 하네요. 갑돌이는 오늘 안에 부지런히 리포트를 끝내야겠습니다.

그렇다면 '정오 뉴스가 곧 방송됩니다' 할 때 정오는 무엇일까요? 오정(午正)의 앞뒤 음절을 바꾼 겁니다. 12시이겠지요. 점심쯤에 듣는 말입니다. 정확한 의사소통이 필요할 땐 오인되지 않을 말을 써야 합니다. 오전 3시, 오후 5시처럼 오전/오후로 나누어 쓰되 12시에 대해서는 낮 12시, 밤 12시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경우에 따라 새벽, 저녁 같은 말도 가져다 쓰고요.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2.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