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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실점 호투하던 선발이 불구덩이에 뛰어들다니...박세웅도 참기 힘들었던 최원태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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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정재근 기자] 고의가 아니었더라도 두 경기 연속해서 상대를 맞혔으면 곧바로 사과했어야 했다.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선발 투수가 벤치클리어링의 불구덩이로 뛰어들었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지난 2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벤치클리어링은 여러모로 복잡했다.



일단 지난 17일 부산 더블헤더 2차전 때 최원태의 직구가 전준우의 왼쪽 어깨를 때리는 상황이 있었다. 시리즈 내내 반복된 사구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던 롯데였다. 주장 전준우가 최원태에게 경고를 한 이유다.



최원태도 억울했던 경기다. 그 경기에서 3회 정훈의 강습 타구에 맞아 타박상으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고, 부상 여파로 1군에서까지 제외됐다.



다음 날엔 양창섭의 위협구에 김태형 감독까지 직접 나선 대형 벤치 클리어링이 터졌다. 그 주말 3경기를 삼성은 모두 패했다.



12일 만에 다시 만난 상대. 삼성 선발 최원태의 3구째 146km 투심이 롯데 전준우의 팔꿈치 쪽으로 날아들었다.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 전준우의 반응에 최원태가 '고의가 아니다'라는 의미로 두 팔을 들어올렸다.

여기서 사과했으면 끝날 일이었다. 하지만 최원태도 억울함을 계속 어필했고, 감정이 격해진 전준우가 마운드로 향했다. 첫 번째 벤치클리어링이다.

다행히 강민호가 재빠르게 전준우를 막아서며 달랬고, 그라운드에 나온 양 팀 선수들도 확전을 막는 분위기였다.

상황이 수습된 듯했다. 전준우가 1루로 걸어나갔다. 그런데 최원태가 또 다시 격앙된 몸짓으로 전준우를 자극했다. 전준우가 마운드로 달려갔고 구자욱이 막아서며 두 번째 벤치클리어링이 발발했다.



이번엔 롯데 선수들의 감정도 달아 올랐다. 몇몇 선수들이 최원태의 행동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 선수들 가운데 박세웅도 있었다. 그것도 사구의 당사자인 전준우 바로 옆에서 최원태를 노려봤다. 최원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던 박세웅이 '선발 투수'라는 위치를 잊고 그라운드로 뛰쳐나온 것이다.

벤치 클리어링(bench-clearing)은 문자 그대로 모든 선수가 벤치를 비우고 달려나간다는 뜻이다. 불펜 구역에 있던 투수들까지 모두 뛰쳐나온다. 싸움이 벌어졌는데 벤치에서 남의 집 불구경하듯 방관하는 선수가 있다면, 오히려 손가락질을 받을 태도다.



하지만, 불문율에도 예외는 있다. 당일과 다음 날 선발 투수는 자제해야 한다. 자칫 싸움에 휘말리기라도 하면 팀에 엄청난 손실을 끼치기 때문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유다.



박세웅 역시 첫 번째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을 때는 뛰쳐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충돌이 재발했을 때는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갔다.

이날 삼성 강민호와 구자욱의 노력이 없었다면 정말 큰 충돌이 벌어질 뻔했다. 그라운드로 뛰쳐나간 박세웅도 별다른 물리적 충돌을 겪진 않았다. 최원태도 결국 전준우에게 고개숙여 사과했다.



그럼에도, 박세웅의 투구는 전과 후가 달랐다. 4회까지 단 60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박세웅은 5회에만 무려 35개의 공을 낭비한 끝에 4실점했다.



박세웅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1사 2, 3루에서 교체됐다. 5⅓이닝 6실점(5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박세웅은 시즌 개막 이후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올시즌 박세웅의 투구수는 1209개로 한화 이글스의 폰세(1206)를 제치고 최다 투구수 1위에 올라있다. 소화한 이닝도 72⅔이닝으로 국내 투수중 단연 1위다.



지칠 법도 한 시기다.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간 행동이 투구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벤치 클리어링에 휘말린 행동은 결과를 떠나 위험했다.



물론 그 마음만은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