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李 "尹, 지금부터 대통령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21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3년 만에 뒤바뀐 이 후보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22년 대선에서 0.73%포인트(p) 차이로 고배를 들었던 이 후보는 와신상담해 국가원수 자리에 올랐지만,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혐의 재판의 피고인으로 전락했다.
이렇게 극적으로 뒤바뀐 처지가 되기까지 지난 3년간 두 사람은 계속해서 첨예한 긴장 속에 대립해왔다.
이 후보와 윤 전 대통령의 상반된 운명은 첫 만남에서부터 그 징조를 보였다.
이 후보가 성남에서 노동 분야 인권변호사로 활동할 때 윤 전 대통령은 수원지검 성남지청 소속 검사여서 같은 사건을 두고 공수의 입장에 설 때가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이 특검팀의 일원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조사할 때만 해도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이 후보와의 정서적 거리감은 멀지 않았다.
이 후보는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시작하기 전 "윤석열 같은 사람을 검찰총장 시키겠다"고 한 바도 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는 등 당시 민주당 정부에 등을 돌리면서 두 사람 사이에 대립각이 서기 시작했다.
이후 2022년 대선에서 이 후보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로 각각 선출돼 양보 없는 일전을 벌였다.
이 대결의 승부는 역대 대선 최저 득표율 차이인 0.73%p 차이로 갈렸다.
대선의 패장들이 대개 정치적 휴지기를 갖는 것과 달리 이 후보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뒤 당선돼 이후 민주당 대표에까지 올랐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로 서로를 마주하게 된 윤 전 대통령과 이 후보는 이때부터 극단의 갈등 양상을 보여 왔다.
대표적인 게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였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비롯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조사 과정에서 이 후보는 검찰 소환, 측근에 대한 압수수색, 구속영장 청구 등의 압박을 받았다.
다수 야당의 대표였던 이 후보는 의회 권력으로 윤 전 대통령을 견제했다.
민주당이 추진한 법안들은 대개 여야 합의를 보지 못했고,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되기 일쑤였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잇달아 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법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그럴수록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국무위원 탄핵 등으로 윤 전 대통령을 향한 압박의 강도를 더했다.
이처럼 양보 없는 대결 구도 속에 협치를 위한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간 대화는 실종됐다.
두 사람의 회담은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이 후보가 이끈 민주당의 압승 후 윤 전 대통령이 "더 낮은 자세로 많이 소통하겠다"고 한 뒤에야 이뤄졌다.
2024년 4월 29일 두 사람의 첫 '영수회담'이 열렸으나, 그간의 갈등상을 반영한 듯 특별한 소득은 없었다.
급기야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됐고, 국회는 입법 독재로 체제 전복을 기도한다"며 계엄을 선포했다.
이에 이 후보는 비상계엄을 해제하고자 국회로 향하는 길에 유튜브 방송을 통해 "지금, 이 순간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후 거야(巨野)를 이끌고 탄핵 정국을 진두지휘했다.
3년 전의 패자는 사법 리스크로 정치적 생명마저 위태로웠다가 차기 대통령 당선이 확실해졌고, 당시의 승자는 대통령에서 한순간에 내란 재판 피고인이 된 역사의 아이러니가 펼쳐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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