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지난 대선 서울서 졌지만 이번엔 역전…경기도선 격차 벌려
충청권 균형추 기울고 호남선 '몰표'…李대통령·이준석, TK·PK 선전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안채원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제21대 대선 결과에는 수도권과 충청권의 표심이 결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4일 분석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에 밀렸던 서울과 충청권의 전세를 뒤집었고, 경기 지역에선 격차를 벌렸다. '험지'인 영남권에서도 비교적 선전했다. 반대로 국민의힘 김문수 전 후보는 '텃밭'에서 예년만큼 힘을 쓰지 못한 셈이 됐다.
이 대통령이 수도권, 충청, 호남, 제주 등 국토 '서쪽'의 탄탄한 지지 위에 '동쪽'인 영남·강원권 공략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게 역대 최다 득표(1천728만7천513표)의 승리로 이어졌다. '계엄 심판' 구호가 유권자 전반에 주효했다.
김 전 후보가 전통적 강세 지역인 영남권에서도 종전보다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국민의힘은 지역적 기반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됐다.
◇ 李대통령, 서울 25개구 중 21개서 승리…충청서도 강세
이번 대선 이 대통령은 서울에서 47.13%(310만5천459표)를 득표해, 41.55%(273만8천405표)에 그친 국민의힘 김 전 후보를 5.58%포인트(p) 차로 이겼다. 득표차는 36만7천54표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대 대선에선 45.73%를 얻어 50.56%를 기록한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4.83%p차로 패했는데, 3년 후 전세를 역전했다.
구별로 보면 서울 25개 구 가운데 21개 구에서 이 대통령이 승리했다.
이 대통령은 '보수 텃밭'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는 서울 전 지역에서 김 전 후보를 제쳤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지역구를 확보했던 동작·도봉·마포구도 이번 대선에서는 이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총선 당시 서울에서 민주당이 52.24%를 득표해 선전했던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총선에서 서울은 지역구 48개 중 37개를 민주당이, 11개를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에서 자신의 가장 높은 득표율(9.94%)을 기록했다.
25개 구 중 성동·광진·동대문·노원·마포·금천·영등포·동작·관악·강남·송파 등 10개 구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보였다.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며 '민심의 바로미터'를 보여줬던 충청권에서도 이 대통령이 우위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대전(48.50%), 충북(47.47%), 충남(47.68%)에서 모두 김 전 후보를 앞질렀다.
지난 대선에서는 모두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에게 내줬던 곳이다.
지난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대전·충남·충북 모두에서 과반을 득표했다.
세종의 경우 이 대통령은 55.62%, 김 전 후보는 33.21%를 기록했다.
◇ '도지사 출신 대결' 경기서 李대통령 과반 득표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 대통령과 김 전 후보가 맞붙은 경기에서는 이 대통령이 과반을 득표해 압승했다. 유권자의 26.4%를 차지한 경기 표심이 이 대통령으로 향한 것이다.
경기에서 이 대통령은 52.20%(482만1천148표), 김 전 후보는 37.95%(350만4천620표)를 기록했다. 지난 20대 대선과 비교하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간 격차가 커졌다.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이 대통령은 50.94%,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은 45.62%를 득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의 득표율(54.67%)과 비슷한 수준을 득표했고, 김 전 후보는 국민의힘 득표율(42.82%)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 1.86%p 차로 앞섰던 인천은 이번 대선에서도 이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은 인천에서 51.67%, 김 전 후보는 38.44%를 득표했다.
강원의 경우 20대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이 54.18%로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이 대통령(41.72%)을 큰 차이로 앞섰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격차가 줄었다. 이번 대선 강원 득표율은 이 대통령 43.95%, 김 후보 47.30%였다.
제주에선 이 대통령이 54.76%를 득표해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과반을 기록했다.
◇ 호남, 李대통령 '몰표'…국힘 영남권 득표, 지난 대선보다↓
21대 대선은 호남과 영남의 진보·보수 표심 결집도 차이도 승부를 가른 하나의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몰표를 받았지만, 김 전 후보는 영남에서 저조했다.
이 대통령은 21대 대선 광주 84.77%, 전북 82.65%, 전남 85.87% 득표율을 기록했다. 20대 대선 광주(84.82%), 전북(82.98%), 전남(86.10%) 득표율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김 전 후보는 광주 8.02%, 전북 10.90%, 전남 8.54% 득표율을 기록했다. 지난 대선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광주 12.72%·전북 14.42%·전남 11.44%)보다도 떨어졌다.
김 전 후보의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 득표율은 21대 대선의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에 미치지 못했다.
김 전 후보는 대구 67.62%, 경북 66.87% 득표율을 기록했다. 지난 대선 윤 전 대통령은 대구(75.14%), 경북(72.76%)에서 70%대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김 전 후보의 PK 득표율은 부산 51.39%, 울산 47.57%, 경남 51.99%였다. 21대 대선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은 부산 58.25%, 울산 54.41%, 경남 58.24%였다.
김 전 후보의 영남권 약세는 '개혁 보수'를 내걸며 대선을 완주한 개혁신당 이준석 전 후보의 득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후보는 대구 8.29%, 경북 6.69%, 부산 7.55%, 울산 8.51%, 경남 7.47%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대통령은 PK에서도 선전했다. 부산에서 40.14%를 득표해 민주당 후보로서 처음으로 대선 40% 득표율을 돌파했고, 울산에서 42.54%를 득표해 민주당 후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남 득표율은 39.40%였다.
지난 대선 이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로서 부산 38.15%, 울산 40.79%, 경남 37.38%를 득표했다.
pc@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