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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역사 살펴보니…"공정한 재판은 적법절차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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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탈리오 법칙, 즉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가장 유명한 법 조항 중 하나다. 거의 4천년 전에 만들어진 이 조항은 여전히 살아남아 꿈틀댄다. 인터넷 댓글에선 잔혹한 범죄의 무게에 견줘 가벼운 형량을 내린 재판부를 비판하는 잣대로 종종 소환된다. 법의 엄중함에 대한 상징으로도 활용되며 문명의 발전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눈을 뽑겠다니 얼마나 무시무시한가.
하지만 이 조항의 근본 취지는 약자 보호였다. 신간 '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지베르니)에 따르면 고대 바빌로니아에선 강자가 약자를 상대로 죗값 이상의 보복을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눈이 다친 것을 핑계로 상대의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었다. 즉, 권력과 금력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과한 복수'를 막아주는 게 탈리오 법칙이었던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는 문자가 형성되기 이전부터 존재한 법의 역사를 조명한 책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이자 책 '검사내전'으로 주목받은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이 선보인 신작이다. 저자는 인간이 정의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자주, 그리고 집요하게 실수를 저질러 왔는가에 천착해 법의 발전 과정을 설명해 나간다.
저자는 기원전 2천여년 전부터 현대까지 형사사법제도의 역사와 진화 과정을 추적한다. 메소포타미아 성문법부터 중세의 마녀재판, 근대국가의 형성과 함께 변모한 직권주의와 당사자주의, 그리고 현대의 미란다 원칙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지불한 노력과, 그 과정에서 저질렀던 오류의 역사를 조명한다.
저자는 "형사사법제도는 삼천 년간의 인류 희생으로 쌓은 빅데이터이자, 인간성과 권력에 대한 심오한 고찰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형사사법제도는 인간이 부조리하고 감정적이며 부정확하다는 깨달음 위에서 세워진 것"이라며 "수많은 실험 끝에 내린 결론은 개인의 인권을 지키고 공정한 재판을 가능케 하는 것은 선의나 정의가 아니라 적법절차"라고 강조한다.
408쪽.
buff2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