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상실 소재로 풀어낸 청춘의 사랑…걸그룹 출신 솔빈도 뮤지컬 첫 출연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첫째, 학교 끝날 때까지 절대 말 걸지 마. 둘째, 통화는 가능한 한 짧게. 셋째, 날 좋아하지 마. 이건 계약 연애야."
선행성 기억상실증으로 인해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기억을 잃는 여학생 마오리가 남자친구 도루에게 연애를 위한 세 가지 조건을 내건다.
마음에도 없는 거짓 고백을 했다가 덜컥 여자친구가 생겨버린 도루는 생각지도 못한 조건에 당황한다. 그렇게 가짜 연애를 시작한 도루는 어느 순간 자신이 마오리에게 마음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19일 서울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열린 뮤지컬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은 다소 엉뚱하면서도 풋풋한 청춘의 사랑을 그려냈다.
도루 역으로 데뷔 후 처음 뮤지컬에 도전하는 가수 겸 배우 이준은 '오세이사'가 인물들의 순수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은 장면을 시연한 후 "관객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라며 "대사가 정말 예쁜 작품이어서 대사를 말하며 정화된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했다.
지난 13일 개막한 '오세이사'는 일본 작가 이치조 미사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 초연 뮤지컬이다. 원작 소설은 2021년 국내에 출간돼 석 달 만에 10만부 넘게 팔렸고, 2022년에는 동명 영화가 국내에 개봉해 관객 121만명을 모았다.
각색을 담당한 황정은 작가는 "청소년의 사랑 이야기처럼 보였는데, 들여다볼수록 사랑과 상실이라는 보편적 감정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서 묘사가 섬세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물들의 정서를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작품은 도루가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돕기 위해 마오리에게 거짓으로 마음을 고백하는 것에서 시작해 두 사람이 점차 가까워지는 과정을 따라간다. 여자친구의 기억 문제에 도움을 주고 싶은 도루의 시점과 매일 기억을 잃는 마오리의 시점을 교차하며 줄거리를 풀어낸다.
이준과 함께 도루 역을 맡는 윤소호는 "1막은 도루의 시점에서, 2막은 마오리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낸 공연"이라며 "제목이 긴 만큼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지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뮤지컬 무대가 역시 처음인 솔빈은 "제가 맡은 인물처럼 매 순간이 처음이란 생각으로 연기하고 있다"며 "매번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재미있고 무대 위 순간이 선물처럼 느껴질 정도로 새롭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 출신인 이준과 솔빈은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공연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준은 현대무용을 전공한 경력을 살려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안무를 소화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그는 "동료 소호 씨가 많은 조언을 해줬는데, 그 말을 그대로 따랐다"며 "제가 좀 징징대는 편이라 창작진 분들이 저를 아동으로 생각하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고 웃었다.
'오세이사'는 오는 8월 24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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