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롬보 유엔난민기구 카메룬 부대표 "회복력 강한 강제 실향민…변화의 주체로 인식"
"카메룬 최북단 정치불안·무력분쟁·기후변화 '3중고'…위기 대응에 국제사회 연대"
(야운데<카메룬>=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아인슈타인도 난민이었는데 누구도 아인슈타인을 난민으로 이해하지 않습니다. 난민을 변화와 개발의 주체로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카메룬대표부의 세사르 음바브 칠롬보 부대표는 지난 8일(현지시간) 카메룬 야운데의 카메룬대표부 사무실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인한 강제 실향민들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개발(development)이라는 측면으로 이해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난민은 지역사회에 부담이 되는 존재가 아니라 개발을 촉진할 잠재력이 있다"며 "난민이 가진 기술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지역사회 경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칠롬보 부대표는 자신이 현장에서 만나본 강제 실향민 중 가장 인상적인 모습으로 회복력을 꼽았다.
그는 "그들 모두가 강인한 회복력을 가졌다는 것"이라며 "농장, 가축, 한 해 농사 수확물 등 모든 것을 잃고 제대로 된 거처도 없이 오두막에서 사는 상황에서도 계속 살아가고자 하는 회복력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 가뭄 등 자연재해는 순식간에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한다.
그러나 실향민들의 희망까지 완전히 꺾을 순 없다는 것이다.
카메룬은 많은 난민을 받아들이는 국가이고 수년째 강제 실향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통계에 따르면 카메룬에서 생활하는 난민이 40만여명, 국내 실향민이 약 100만명으로 각각 추산된다. 특히 카메룬에서 지속적 분쟁과 기후변화 충격으로 최소 280만명이 극심한 식량난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됐다.
칠롬보 부대표는 "기후변화가 추가적인 강제 실향을 만들고 있고 실향민의 생활 환경에 고통을 더한다"며 "기후변화가 인도적 위기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지만 우리가 모두 공동으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인 칠롬보 부대표는 31년째 유엔난민기구에서 일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그동안 코소보, 알제리, 동티모르, 자카르타, 코트디부아르, 가나, 케냐 등 다양한 국가에서 활동했다. 2020년 6월부터 카메룬대표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 가뭄, 화재, 사이클론 등 극단적 자연재해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가운데 카메룬 주민들도 위기를 일상에서 체감하고 있다.
예컨대 카메룬에서 우기가 길어졌고 과거와 달리 비가 불규칙하게 내리면서 폭우도 잦아졌다고 칠롬보 부대표는 설명했다.
칠롬보 부대표는 카메룬의 기후변화가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최근 발간된 보고서에 따르면 카메룬은 '잊힌 위기 상황'(forgotten crisis)"이라며 "카메룬 내 강제 실향 및 기후변화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고 이를 위한 지원의 필요성도 함께 커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구호단체 노르웨이난민위원회(NRC)는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세계적으로 강제 실향 위기가 제대로 주목받지 않은 10개국을 꼽으면서 카메룬을 첫 번째로 꼽았다.
카메룬은 지난 10년간 차드호 유역의 무장단체 준동, 북서부 및 남서부 폭력사태, 인접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불안정 등으로 뚜렷하고 장기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진단이다.
칠롬보 부대표는 "카메룬은 숲, 사바나(열대 초원지대), 사헬 지대(사하라 사막 이남 반건조 지역) 등 다양한 지역으로 이뤄지는 데 기후변화가 모든 지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사헬 지대에서는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발생해 강제 실향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추가 실향을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작년 11월 카메룬의 최북단 지역에서 전례 없는 홍수로 대규모 실향민이 발생한 사례를 거론했다. 마루아 등 카메룬 최북단은 사헬지대에 해당한다.
칠롬보 부대표는 "카메룬 최북단 지역은 정치적 불안, 무장 단체들의 준동으로 인한 무력 분쟁, 기후 변화 등 세 가지 요인이 반복적인 강제 실향을 야기한다"며 "실제로 서너차례 강제로 집을 잃고 피난한 가족을 만난 적 있는데 반복적 강제 실향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제 실향에 더하여 기후변화는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사람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보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며 "강제 실향, 기후변화 대응과 해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협력 기관, 정부, 국제기구 등 많은 이들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강제 실향과 결합된 기후변화의 영향은 단 하나의 국가나 기관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국제사회의 연대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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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