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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티보 우승' 김세현 "파리 센강 야경에 반해 콩쿠르 출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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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일치 1등상 수상…"우승 이후 막중한 책임감 느껴"
하버드대에서 영문학 공부…"관객 한명 변화시키는 연주하고파"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2천명의 관객을 놀라게 하는 연주보다는, 한두 명을 변화시키는 연주를 하는 편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연주는 음악을 섬길 때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롱 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세현이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의 목표를 이같이 밝혔다.
김세현은 지난 4월 열린 프랑스 롱 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만장일치 1등상과 함께 청중상, 기자/평론가상 등을 받았다. 한국인 음악가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22년 이혁이 공동 1위에 오른 뒤 3년 만이다.
김세현은 "결과를 전혀 기대하지 않고 참가했는데 큰 상과 과분한 관심을 받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크다"며 "우승 이후 연주 기회가 많이 주어졌는데, 덕분에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됐고 막중한 책임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대회에 참가한 계기 중 하나가 콩쿠르가 열리는 파리의 야경이었다고 돌아봤다. 프랑스 음악가들을 공부하던 중 연주차 파리를 방문했는데 밤에 센 강변을 걷다 도시의 아름다움에 홀렸다고 한다.
김세현은 "어둑한데 빛이 깔린 센 강변을 걸으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꼈고, 파리라는 도시에 끌려 참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다양한 무대에 서며 유럽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다음 달 14일에는 파리 에펠탑 앞 마르스 광장에서 프랑스 혁명기념일 기념 독주를 선보인다. 같은 달 23일에는 유럽 최대 규모 피아노 축제 중 하나인 라 로크 당테롱 페스티벌에 출연한다.
김세현은 "에펠탑 앞에서 펼치는 솔로 연주가 기대된다"며 "라 로크 페스티벌은 워낙 큰 무대라 설레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우승 이후 국내 관객을 만나는 첫 무대는 오는 8월 5일 부산콘서트홀에 마련된다. 이어 같은 달 8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또한 클래식 레이블 워너클래식과 내년 봄 발매를 목표로 포레와 쇼팽의 곡을 담은 데뷔 음반을 준비하고 있으며, 음반 발매 이후 전국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만 18세의 나이로 국내외를 오가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10대의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 않다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제가 잃는 만큼 음악이 채워준다고 생각해요. 물론 10대 때만 할 수 있는 경험도 필요하지만, 어쩔 수 없이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세현은 2018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해 2023년 클리블랜드 국제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와 청중상, 청소년 심사위원상을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예원학교를 다니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하버드대학교와 뉴잉글랜드 음악원의 복수 학위 프로그램 과정을 밟고 있다.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는 당 타이 손과 백혜선을 사사하며 피아노 연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하버드대학교에서는 영문학 학사과정을 밟으며 인문학을 향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프랑스 작가 보들레르의 시 '여행' 등을 읽었다는 그는 인문학을 향한 관심이 피아노 연주에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심사를 묻자 때로 김광석과 이문세의 노래를 듣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세현은 "글과 음악은 예술가가 아이디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표현 수단이라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며 "영문학 공부가 피아노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세현은 향후 콩쿠르 출전 없이 연주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도 음악을 섬기며 꾸밈없는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꾸밈없이 지금 제가 현재 하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cjs@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