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남는 쌀을 정부가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등 농업 쟁점 법안 개정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재명 정부는 직전 윤석열 정부가 반대해오던 양곡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등 농업 4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도 새 정부 국정 철학에 맞춰 개정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다만 농식품부는 기존 개정안을 시행할 때 재정 부담과 다른 법률안과 충돌하는 등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실효성을 높이는 '절충안'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29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당정은 지난 27일 양곡법 등 농업 4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당정은 농업 4법 중 농어업재해보험법과 농어업재해대책법은 여름철 농업 재해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 달 임시 국회에서 처리하고, 양곡법과 농안법은 본격적인 쌀 수확기 전인 8∼9월 개정하기로 뜻을 모았다.
농업 4법은 전 정부에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가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면서 모두 폐기됐다.
농식품부는 당시 농업인 소득 증가와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한 농업 4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집행이 곤란하고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법 개정에 반대했다.
가장 쟁점이 됐던 것은 양곡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산지 쌀값 안정을 위해 양곡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봤지만, 농식품부는 쌀이 과잉 생산되면 결과적으로 쌀값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농식품부는 양곡법이 통과되면 쌀 매입비가 꾸준히 늘어 오는 2030년 약 2조7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에 송 장관은 지난 5일 열린 이재명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양곡법 개정에 대한 우려를 밝혔고, 농식품부는 지난 19일 국정기획위원회에 양곡법 개정안의 대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의 대안 중 하나는 벼 재배 면적을 감축한 농가에서 쌀을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의원이 지난 3월 대표 발의한 개정안과 유사하다. 개정안은 벼 재배면적 감축 목표를 정하고, 목표치를 달성해도 쌀값이 기준 이하로 하락하면 남는 쌀을 의무 매입하도록 한 법안이다.
지난 27일 열린 당정 협의회에서도 쌀 과잉 생산을 막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양곡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농식품부는 벼 재배면적 감축 방안 중 하나로 다른 작물 재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논에 쌀 대신 논콩, 밀 등을 심으면 지원금을 주는 '전략작물직불제'를 운영 중인데, 대상 품목을 늘리고 지원 단가를 상향하는 등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농산물의 최저 가격을 보장하도록 하는 농안법도 양곡법처럼 농산물 사전 수급 조절에 방점을 두고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농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사전 수급 조절 조치에 참여하는 농가에만 '가격 보장 제도'를 운용하는 방식이 아니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농식품부는 양곡법과 농안법 개정 방향을 두고 "남는 농산물을 처분하는 '사후적 조치'에서 사전에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을 방지하는 '사전적 수급 관리'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농어업재해보험법과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농어업재해보험법은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경우 보험료 할증을 경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 예정이다.
농어업재해대책법은 피해 농가의 생산비 일부나 전부를 지원하되 농가의 보험 가입 여부, 보험 대상 품목 간 형평성을 고려해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농업 4법과 별개로 농식품부가 전 정부에서 다른 축산농가와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거부권을 건의한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한우법)은 지난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농식품부는 필수농자재지원법의 경우 농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농가 경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위기 단계별 조치를 제도화하는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송 장관은 지난 26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성과 농업인을 포함한 국민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제 소신"이라며 "국회와 현장 농업인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현장에서 실행 가능하고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쟁점 법안의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송 장관 유임에 대한 농업계의 의구심을 불식하는 것도 농식품부의 과제로 꼽힌다.
정치권과 일부 농민단체에서는 송 장관 유임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은 송 장관이 과거 양곡법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것과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한 점 등을 들어 유임 결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송 장관에 대해 "곡학아세 끝판왕"이라고 비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등 8개 단체가 모인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은 오는 30일 대통령실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송 장관 유임 철회를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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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