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리그 1위 한신 타이거즈. 6월 3일부터 3주간 이어진 퍼시픽리그와 인터리그(교류전)에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첫 주 6경기에서 5승(1패)을 올리며 치고 나가다가 '7연패'를 당했다. 상대가 중하위권팀인 세이부 라이온즈, 라쿠텐 이글스, 지바 롯데 마린즈라서 충격이 더 컸다. 연패 후유증을 털어내지 못하고 '8승10패'로 인터리그를 마감했다. 센트럴리그팀들이 동반부진하는 바람에 1위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다.
이번 인터리그에서 퍼시픽리그 6개팀이 1~6위, 센트럴리그팀 6개팀이 7~12위를 했다. 퍼시픽리그가 오랫동안 강세였지만 굴욕적인 결과다.
소속팀은 주춤했으나 내야수 사토 데루아키(26)는 거침이 없었다. 인터리그 18경기에 나가 6홈런을 치고 12타점을 올렸다. 인터리그 홈런 1위, 타점 공동 3위를 했다. 입단 5년차에 3번으로 출발해 최고 4번 타자로 뿌리를 내렸다. 한신을 넘어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로 나아간다.
사토가 리그 재개하고 3경기 만에 대포를 가동했다. 한신의 시즌 73번째 경기에서 양 리그 첫 '20홈런'을 기록했다. 19호를 치고 7경기 만의 홈런이다. '10홈런'에 이어 '20홈런'도 양 리그 1착이다. 한신 일본인 선수로는 1984년 가케후 마사유키 이후 41년 만에 '20홈런'에 선착했다. 사토 앞에 아무도 없다.
29일 원정 야쿠르트 스왈로즈전. 5-0으로 앞선 8회 1사후 사토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볼카운트 2B1S에서 몸쪽 높은 코스를 파고든 커브를 받아쳤다. 힘이 실린 타구가 도쿄 메이지진구구장 오른쪽 관중석으로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6월 마지막 경기를 홈런으로 마무리했다. 6월 22경기에서 8홈런을 쳤다.
시즌 내내 눈을 뗄 수 없다. 72경기에서 타율 0.279-78안타-20홈런-50타점-OPS 0.924. 홈런-OPS 1위-타점 2위-타율 7위다. 2021년 입단 첫해부터 5년 연속 '50타점'을 넘었다. 사토의 한 시즌 최다 타점은 2023년 92개다.
2021년 신인 1지명 입단. 첫해부터 24홈런을 때렸다. 좌타자 최초로 데뷔시즌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했다. 지난해 16홈런에 그쳐 연속 기록이 중단됐는데, 20홈런 고지에 복귀했다. 올해는 '30홈런'을 넘어 '40홈런' 페이스다.
홈런 레이스에 경쟁자가 안 보인다. 팀 후배 모리시타 슈타(25)와 마키 슈고(27·요코하마 베이스타즈)가 13개를 때려 공동 2위다. 퍼시픽리그도 비슷하다. 프란밀 레이예스(30)와 만나미 츄세이(25·이상 니혼햄 파이터스)가 14개로 공동 1위다.
한신의 홈구장 고시엔구장은 홈런 생산이 어려운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다. 이제 사토가 역대 최강 외국인 타자로 꼽히는 랜디 바스 이후 39년 만에 한신 출신 홈런왕을 바라본다.
올해는 강력한 경쟁자들이 사라졌다. 2020년부터 5년간 홈런왕을 나눠가졌던 오카모토 가즈마(29·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무라카미 무네타카(25·야쿠르트)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무라카미는 부상 재발로 1경기 출전에 그쳤다. 오카모토는 5월 6일 한신전에서 다친 후 1군 등록이 말소됐다.
올 시즌 타격 능력이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다. 지난해까지 주로 당겨 쳤는데, 올해는 20홈런 중 10개가 좌중간으로 향했다. 여전히 삼진이 많아도 이전에 비해 정확도가 올라갔다. 지난해 도루가 없었는데 올해는 8개를 성공시켰다.
한신은 29일 야쿠르트에 6대0 영봉승을 거뒀다. 선발투수 이토 마사시가 121구를 던지는 역투로 9이닝 2안타 완봉승을 기록했다. 한신은 3연전에서 2승을 올렸다. 2위 히로시마 카프에 3.5경기 앞에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