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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3천, 불과 1달 전 독립구단 선수가 롯데와 부산을 흥분시킨다..."이거 하나 고쳤는데" 초대박의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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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스윙 궤도만 바꿔보자고 노력했는데..."

롯데 자이언츠의 '잇몸 야구'에 부산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롯데는 윤동희, 나승엽, 황성빈 등 주축 선수들이 줄부상으로 이탈했는데, 오히려 성적이 더 좋아지는 '기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주전 타이틀과 거리가 멀었던 장두성, 김동혁, 한태양, 박재엽, 이호준, 홍민기, 윤성빈 등 만년 백업과 신인 선수들이 기존 주전 선수들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또 한 명 강한 인상을 남긴 선수가 있으니 바로 내야수 박찬형. 이제 막 프로에 입단해 1군 데뷔한 선수가 맞냐 싶을 정도의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8일 처음 1군에 콜업됐다. 육성선수에서 정식선수가 된 것만도 큰 기쁨. 이날 한화 이글스전 대주자로 빠른 발의 과시했다. 그리고 19일 한화전 대타로 나와 상대 투수 한승혁의 150km 강속구 초구를 받아쳐 프로 첫 안타를 때려냈다.

26일 NC 다이노스전도 대타 초구 안타. 그렇게 27일 KT 위즈전 감격의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고, 첫 타석 KT 토종 에이스 고영표의 초구를 다시 받아쳐 데뷔 첫 홈런포까지 때려냈다. 그리고 그 다음 타석 안타까지 때려 KBO리그 역대 세 번째 데뷔 후 최다 타석 연속 안타 타이 기록까지 작성했다. 아쉽게도 5타석 연속 안타 신기록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28일 KT전 또 대타 안타에 29일 KT전은 다시 선발 기회를 받고 멀티히트로 보답했다. 데뷔 후 5경기 연속 안타.

사연 많은 선수다. 배재고를 졸업하고 프로 도전장을 던졌지만, 2021 신인드래프트에서 어느 팀의 지명도 받지 못했다. 컨택트 능력도 좋고, 내야 수비도 좋았지만 프로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을 걸로 보였다. 1m75, 78kg의 평범한 체구. 파워에서 프로 선배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를 받았고, 실제 경기력도 당장 프로 레벨이라고 하기는 힘들었다.

곧바로 군 복무를 수행했고, 야구의 끈을 놓지 않고 2023년 독립구단 연천 미라클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해 독립야구 경기도리그 MVP를 수상하며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박찬형은 야구 인생 승부수를 던졌다. 화성 코리요 이적을 선택한 것. 마침 화성은 프로 무대에서 잔뼈가 굵고 성남 맥파이스를 지도했던 신경식 감독을 선임한 상태였다. 박찬형은 신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해보고 싶다"고 부탁했다.

타격 지도에 일가견이 있는 신 감독을 만난 건 박찬형에게 행운이었다. 신 감독은 "파워를 떠나 스윙 궤도에 문제가 있었다. 지금도 타격 자세가 곶게 서지 못하고 엉거주춤한데, 그 자세로는 좌타자인 박찬형의 왼 어깨가 엎어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아웃-인이 아닌 인-아웃 궤도가 만들어져야 타구 질이 올라갈 수 있었다. 그것만 죽어라 연습을 했다. 그러니 타구에 점점 힘이 붙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어울리지 않는 엉거주춤 폼도 고쳐보려 했다고. 박찬형은 올해 야구 예능 프로그램 트라이아웃을 통해 입단해 이름을 더욱 널리 알렸다. 김성근 감독도 이 폼을 봐줬는데, 선수가 '정상적인 폼으로는 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 신 감독도, 김 감독도 편하게 치라고 뒀다는 후문.

어찌됐든 타격이 더 좋아지자 프로팀들의 관심도도 더욱 올라갔고, 결국 지난달 롯데와 육성선수 계약을 맺는 감격을 누렸다. 마침 잘 맞히고, 발 빠르고, 전투력 좋은 내야수를 찾던 롯데의 레이더망에 딱 걸린 것. 그리고 한 달도 되지 않아 전국 야구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새로운 스타가 됐다. "실전용이라더라"는 2군 보고를 받고, 김태형 감독이 과감하게 기회를 줬는데 '대박'이 터지고 있다. 박찬형에기는 그야말로 인생 대역전이고, 단돈 3000만원을 투자해 1군용 선수를 데려온 롯데도 함박웃음이다.

신 감독은 "박찬형은 원래 좋은 선수였다. 또 프로 선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 하나로 본인이 정말 열심히 했다"며 "박찬형 외에도 독립리그에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다. 작은 부분들만 수정하고, 보완하면 당장 프로에서 통할 선수들이 많이 보인다. 프로팀들이, 음지에서 묵묵히 운동하는 우리 선수들을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화성 코리요는 최근 두산 베어스에 이한별, 지강혁 두 내야수를 보내는 성과를 이뤘는데, 신 감독은 "두 선수도 곧 1군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는 훌륭한 자원들"이라고 소개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