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외국인타자는 모름지기 홈런을 잘 때려야 한다. 홈런 못 치는 외국인타자가 KBO리그에서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KBO리그 역대 외국인타자 한 시즌 타율 상위 10명 중에 홈런을 20개도 못 친 선수는 딱 2명이다. 바로 두산 베어스에서 뛰었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 현재 롯데 소속 빅터 레이예스다.
페르난데스는 2019년 15홈런 타율 0.344를 기록했다. 레이예스는 2024년 타율 0.352에 15홈런을 쳤다.
공교롭게 두 선수의 감독이 같다. 바로 김태형 감독이다.
김태형 감독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두산을 지휘했다. 페르난데스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두산에서 뛰었다. 김태형 감독은 2024년부터 롯데 사령탑을 맡았다. 레이예스도 2024년부터 롯데에서 활략 중이다.
전성기 타격 지표만 놓고 따지면 페르난데스가 우위다.
페르난데스는 2019년 타율 0.344 / 출루율 0.409 / 장타율 0.483에 OPS(출루율+장타율) 0.892를 기록했다. 득점 생산력을 나타내는 세이버매트릭스 데이터 wRC+가 무려 160.7이나 됐다. 이 시즌 리그 전체 4위였다. 2020년도 타율 0.340 / 출루율 0.404 / 장타율 0.497에 OPS 0.901 및 wRC+ 148.9의 정상급 성적을 이어갔다.
레이예스는 2024년 타율 0.352 / 출루율 0.394 / 장타율 0.510에 OPS 0.904, wRC+ 127.5를 기록했다. 레이예스는 다만 페르난데스도 못했던 한 시즌 200안타를 해냈다. 레이예스는 지난해 202안타를 터뜨렸다. KBO리그 신기록이다. 페르난데스는 2019년 197안타, 2020년 199안타를 쳤다.
고민이 될 법한 선택지였지만 김태형 감독은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레이예스가 훨씬 낫다. 지금이라도 둘 중에 하나 택하라고 한다면 레이예스다"라고 말했다.
수비와 주루플레이 등 활용 측면에서 레이예스의 쓰임새가 훨씬 많다. 페르난데스는 주로 지명타자로 나왔다. 스피드도 느리고 병살타도 많았다.
김태형 감독은 "페르난데스가 타격 기술은 정말 보통이 아니었다. 완전히 하이 클래스였다. 다만 타격 외에는 다소 아쉬웠다. 비슷한 유형이긴 한데 타격만 놓고 봐도 레이예스가 뒤지지 않는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