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메이저리그(MLB)의 벽이 이렇게 높았나? 이정후의 실력은 여기까지인가'
타격 부진의 양상이 길어지며 나쁜 데이터도 늘어나고 있다. 이를 통해 점점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7)는 일시적인 슬럼프에 빠진 게 아닐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지금 보여주는 모습이 이정후의 진짜 레벨일 수 있다. 데이터가 누적될수록 평균에 수렴하는 게 진리이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또 안타를 치지 못했다. 최근 4경기 연속 무안타인데, 이런 부진은 벌써 2개월 째 이어지고 있다.
이정후는 1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경기에 6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앞서 치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인터리그 원정 3연전에서 1승 뒤 연패를 당하며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이 경기 전까지 샌프란시스코는 지구 선두 LA다저스에 7.5경기 뒤지고 있었다.
때문에 샌프란시스코 입장에서는 승차를 좁히기 위해 연패 탈출이 절실했다. 밥 멜빈 감독은 이날 라인업을 크리스티안 코스(3루)-라파엘 데버스(DH)-엘리엇 라모스(좌익수)-도미닉 스미스(1루수)-윌리 아다메스(유격수)-이정후(중견수)-타일러 피츠제럴드(2루수)-패트릭 베일리(포수)-다니엘 존슨(2루수)로 구성했다. 1번부터 5번까지는 지난 29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과 동일. 6번 이후부터 변동이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결과적으로 효과가 없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산발 7안타로 2점을 내는 데 그치며 2대4로 졌다.
특히 전날과 마찬가지로 6번타자로 나온 이정후는 이날도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심지어 전날 화이트삭스전에 이어 또 병살타를 치고 말았다. 0-0으로 맞선 2회초 1사 1루 때 첫 타석에 나온 이정후는 상대 선발 넬슨의 4구째 몸쪽 커브를 받아 쳤지만, 타구는 1루수 정면으로 가고 말았다. 상대 1루수 스미스는 타구를 잡은 뒤 가볍게 1루 베이스를 밟아 이정후를 아웃 시킨 뒤 2루에 던져 더블 플레이를 완성했다. 초반 기회를 이정후가 허무하게 날린 셈이다.
이후 이정후는 3개의 뜬공(5회초 좌익수 뜬공, 7회초 중견수 뜬공, 9회초 중견수 뜬공)으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경기 흐름상 이정후의 안타가 나왔더라면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 법도 했으나 이정후는 전혀 팀에 도움이 되는 타격을 하지 못했다.
결국 이정후는 최근 4경기에서 14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말았다. 6월 월간타율도 겨우 0.148(84타수 12안타)에 그치면서 시즌 타율은 0.240(308타수 74안타)까지 떨어졌다. 이제 다음경기에도 무안타에 그친다면 2할4푼 라인마저 무너지게 된다.
이러한 이정후의 부진은 이제 더 이상 '일시적 슬럼프'라고 부르기 어렵게 됐다. 300타석 이상을 소화했을 때 나온 타율은 보통 해당 타자의 평균적인 기록이라고 봐야 한다. 이건 메이저리그 뿐만 아니라 KBO리그에서도 적용되는 상식이다.
결국 현재 2할4푼대 타율은 슬럼프에 의한 결과라기 보다는 원래 이정후가 갖고 있는 평균적인 실력의 반영이라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오히려 시즌 초반의 3할대 타율이 시즌 초반의 일시적 반등에 따른 비정상적인 결과라는 뜻이다.
미국 현지 팬사이에서도 이제 점점 이정후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고 있다. 4월까지 보여주던 강렬한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은 처음 부진에 빠지기 시작한 5월까지는 '슬럼프에 따른 부진'이라고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6월 한달 내내 부진이 계속되면서 '이정후 거품론'이 확산되고 있다.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이 지난 6월 30일 공개한 '자이언츠 메일백: 샌프란시스코의 공격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코너에서 이런 현상이 실제로 목격됐다. '데이비스'라는 한 독자는 "윌리 아다메스와 이정후가 로스터에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오랫동안 이 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는가? 누군가는 자이언츠의 미래의 실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정후를 팀 부진의 원흉으로 바라보는 의견이다. 한 독자만의 의견이라고 무시할 수 없다. 이정후가 반등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존재가치 자체를 부정당할 수도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