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준비는 다 끝났다. 불러만 다오'
메이저리그 합류가 예상보다 늦춰진 김하성(탬파베이 레이스)이 마치 시위라도 하듯 트리플A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달성했다. 특히 경기 후반 역전 결승타를 날리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타격적인 측면에서 빅리그 경기에 나설 준비가 다 됐다는 무력시위다. 이런 활약을 펼친 덕분에 김하성은 7월 초순 안에는 탬파베이 유니폼을 입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하성은 2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더램 불스(탬파베이 산하) 소속으로 미국 버지니아주 노포크의 하버 파크에서 열린 마이너리그 트리플A 노포크 타이즈(볼티모어 산하)와의 원정경기에 2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재활 경기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1회초 첫 타석부터 호쾌한 2루타가 터졌다. 선두타자 트레 모건이 1루수 땅볼로 물러난 뒤 타석에 나온 김하성은 노포크 선발 로안시 콘트레라스를 상대로 2루타를 뽑아냈다.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싱커(94.3마일)가 몸쪽으로 들어오자 기술적으로 잡아당겨 좌측 외야에 떨어트렸다.
타구 스피드는 79.9마일(약 시속 128.5㎞)에 불과했다. 호쾌한 정타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코스가 좋았다. 김하성은 2루까지 나갔다. 이어 김하성은 후속 트리스탄 피터스의 2루 땅볼 때 3루까지 진루해 득점기회를 엿봤다. 하지만 2사 3루에서 4번타자 밥 세이무어가 헛스윙 삼진에 그치며 김하성이 선제득점을 올릴 기회가 날아갔다.
이어 김하성은 4회초 선두타자로 두 번째 타석에 나왔다. 콘트레라스와의 두 번째 승부. 이번에는 패했다.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몸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잡아당겼지만, 좌익수 정면으로 날아가 잡혔다.
이어 김하성은 0-4로 뒤지던 6회초에도 선두타자로 나왔다. 이번에도 콘트라레스를 만나 1S에서 2구째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타격했다. 그러나 3루수 땅볼로 아웃되고 말았다. 비록 선두타자 김하성이 범타에 그쳤지만, 더램 불스는 이후 후속 타자들이 폭발하며 4점을 뽑아내 동점을 만들며 역전의 기반을 다졌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바로 다음 이닝에 역전을 완성했다. 김하성이 역전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4-4로 맞선 7회초. 더램 선두타자 트레 모건이 투수 앞쪽으로 타구를 날리고 1루로 냅다 뛰어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이때 노포크 투수 그랜트 울프램의 송구 실책이 겹치며 트레 모건이 2루까지 진루했다.
무사 2루의 역전 찬스가 완성됐고, 타석에는 김하성이 등장했다. 김하성은 97마일(시속 약 156㎞)이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울프램과 신중한 승부를 펼쳤다. 스트라이크-볼-파울-볼. 2B2S가 됐다. 울프램은 몸쪽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오가며 까다로운 공을 뿌렸다. 5구는 바깥쪽 97.3마일 싱커. 승부구였지만, 김하성이 잘 커트했다.
결국 6구째에 승부가 났다. 울프램이 던진 커브(85.2마일)가 한복판으로 들어오자 김하성의 배트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타구는 라인드라이브성 중전 적시타로 이어졌고, 그 사이 2루 주자 트레 모건이 홈으로 들어와 5-4를 만들었다. 이날의 결승타였다.
1루에 나간 김하성은 세이무어 타석 때 2루 도루까지 성공하며 완전히 정상 컨디션을 회복했음을 알렸다. 이번에도 후속타가 나오지 않아 홈까지는 들어오지 못했다. 트리플A 5번째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한 김하성은 9회초 타석 때는 스탠딩 삼진을 당했다. 바깥쪽 꽉찬 체인지업에 당했다. 결국 김하성은 이날 5타수 2안타 1타점 1도루 1삼진을 기록했다. 타율은 0.208(72타수 15안타)이 됐다. 더램은 김하성의 결승타 덕분에 5대4로 이겼다. 멀티히트 경기를 펼친 김하성은 조만간 메이저리그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원래 김하성은 1일 또는 2일쯤 메이저리그로 승격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마이너리그에서 재활경기를 20차례 꽉 채워 치렀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지난 5월 27일에 처음으로 트리플A에서 재활경기 일정(rehab assignment)을 시작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최대 20경기까지 마이너리그 재활경기에 나서게 된다. 정상적인 루틴이었다면 김하성은 6월 하순 쯤에는 재활 일정을 마치고 메이저리그에 합류했어야 한다.
그러나 돌발 악재가 발생했다. 트리플A에서 12경기를 치른 시점에 햄스트링 쪽에 통증이 생긴 것이다. MLB닷컴은 지난 6월 14일 '김하성이 오른쪽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껴 재활 일정을 중단했다. 일단 5일 휴식 후 재활 일정에 다시 들어가게 된다'고 보도했다.
결국 김하성은 21일에야 다시 재활 경기 출전을 재개했다. 햄스트링 치료와 복귀에 1주일이 소요된 것이다. 이때부터 6월 30일 멤피스 레드버즈(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산하)전까지 총 20번의 재활경기 일정을 전부 소화했다. 이날 2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를 기록한 김하성의 재활경기 성적은 타율 0.194(67타수 13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573이었다.
좋은 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재활경기의 특성을 감안하면 사실 이런 수치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중요한 건 지난해 10월에 받은 어깨 수술에서 얼마나 회복됐느냐는 점을 확인하면 된다. 특히 송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게 중요했다. 김하성은 이런 점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때문에 현지 매체에서는 30일 재활경기를 마친 김하성이 곧바로 7월 1일자, 늦어도 2일자에는 메이저리그에 콜업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지역매체 탬파베이 타임스의 마크 톱킨 기자는 지난 30일 '김하성이 트리플A 마지막 재활 경기를 치른다'라며 이날 경기를 마치고 빅리그에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김하성의 '7월 1일 메이저리그 콜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탬파베이는 김하성의 복귀시점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MLB닷컴은 1일 '김하성은 더램 불스가 휴식일(1일)을 마치고 나면 유격수나 2루수로 선발 출전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실제로 2일 노포크 전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탬파베이는 현재 한창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선두 싸움을 펼치고 있다. 지구 1위 뉴욕 양키스에 1.5경기차로 접근했다. 김하성의 복귀는 분명 고무적인 일이 틀림없다. 하지만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면 곤란하다. 성급하게 올리느니 충분한 시간을 주고 팀에 도움이 되는 상태가 됐다고 판단했을 때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탬파베이는 3일까지는 애슬래틱스와 홈 3연전을 치른다. 이후 이동일(4일)을 거쳐 5일부터 미네소타 트윈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보스턴 레드삭스를 차례로 상대하는 원정 10연전을 치른다. 전반기는 여기까지다.
노포크전에서 멀티히트와 결승타점, 도루 등으로 활약한 김하성은 이르면 5일 미네소타와의 원정경기부터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