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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잃고 싶지않아' 바흐 위원장도 만류한 대한체육회장 도전" ''원모어'유승민 회장이 밝힌 '계란으로 바위를 3번 깬' 이야기[출간기념회 현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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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대한체육회를 위해 '하나 더', '한발 더'… 네 번째 바위를 깰 그날을 기대해달라."

'기적의 승부사'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계란으로 바위를 깬 '원 모어' 정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시꼬교육회관에서 역대 최연소 대한체육회장 유승민의 자전 에세이 '원 모어(One More):모든 반전에는 이유가 있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세계 최강' 왕하오를 물리친 아테네올림픽 금메달, '맨땅에 헤딩' IOC 선수위원 당선, '한국 체육사를 바꾼 대반전'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까지 계란으로 바위를 깬 세 번의 시간, 무한도전의 과정과 '기적같은 승리'의 여정이 담긴 책이다.

최근 밀라노·코르티나올림픽 현장을 답사하고 돌아온 유 회장은 이날도 오전부터 국회 예결위를 찾아 대한체육회의 사업을 발로 뛰며 설명하는 등 '원 모어'의 폭풍 일정을 소화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유 회장은 출간 배경을 묻는 질문에 "지난해 여름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8년간 IOC선수위원, 27년의 탁구선수, 지도자로 활동한 경험담을 녹여 후배, 체육인, 독자들을 위해 책을 한번 내보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축구 이동국 선배가 책을 내신 후 소개를 받아 1년여 준비 끝에 책이 나오게 됐다"고 답했다.

유 회장은 "'원 모어, 한번 더'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단어다. 선수 시절 스승님께서 늘 '1분 더, 한 시간 더, 하루 더가 모여 1년이면 얼마나 되겠느냐'는 말씀을 해주셨다. 말하긴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원모어, 그 원모어를 통해 커리어를 달성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대한체육회장 선거도, 왕하오를 이기고 딴 올림픽 금메달도, IOC선수위원도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느낌이었지만 끝나고 보니 바위가 깨져 있었다. 계란으로 바위를 깬 경험을 3번이나 한 저로서는 부딪치고 좌절하고 계획이 틀어지는 경험을 한 이들에게 두려움 없이 밀어붙여라.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 있다. 깨봤다는 메시지를 드리면서 자신감을 드리고 싶었다"고 출간 이유를 전했다.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면 누구나 이룰 수 있다"면서 "계란으로 바위를 단번에 깬 것이 아니다.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왕하오의 이면타법을 깨기 위해 수만번의 공을 때렸다. 나도 탁구를 하면서 우승한 횟수보다 1회전 탈락한 횟수가 더 많았다. 슬럼프도 있었다. 300번을 도전해 단 3번을 승리하더라도 도전한 300번의 시간, 3번의 승리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IOC위원 당선 후 다낭아시아비치게임에서 만난 바흐 위원장은 '돈 비샤이(Don't be shy)'라고 조언했다. 선수위원으로서 선수들을 위해 그만큼 역할을 하라는 뜻이었다. 회의에 갈 때마다 한국, 아시아 선수들을 대표해 반드시 한마디 이상을 하기로 결심했고 이를 실천했다. 모든 회의에 100% 참가했다. IOC위원 110명 중 7개 분과에서 활동한 위원은 저와 뉴질랜드의 사라 워커 단 둘뿐이었고, 파리올림픽 현장에서 열린 임기 마지막 총회에서 바흐 위원장로부터 '미스터 류는 글로벌 하드워커'라는 인정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파리올림픽 직후 대한체육회장 도전을 앞두고 바흐 위원장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멘토'인 바흐 위원장마저도 아끼는 마음에 애정 어린 우려를 전했다는 비화도 처음 공개했다. "바흐 위원장님이 '모든 일은 때가 있고 너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라면서 'We don't want to lose you(우린 널 잃고 싶지 않아)'라고 하셨다." 그러나 유 회장은 수많은 이들의 만류에도 도전을 감행했다. "나는 내 도전을 통해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해야 한다고 믿었다. 탁구에서도 중국이 강하지만, 강하다고 피했다면 아테네올림픽에서 그런 희망을 느낄 수 있었을까. 지고 이기는 걸 떠나 도전하고 싶었다. '거대한 산, 바위가 있어도 나는 간다.' 그 과정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싶었다"고 세 번째 바위깨기의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름이 알려진 '탁구신동'의 도전이 더 쉬웠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번도 더 쉬운 적은 없었다. 모든 도전은 같은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알려진 탓에 오히려 나는 성공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출발한 사람일 수도 있다. 날마다 도전하는 모든 분들께 '유승민도 하는데 내가 왜 못해, 유승민도 금메달 따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데 왜 못해'라는 자신감을 주는 책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유 회장은 질의 응답을 통해 "원모어"를 가능케 하는 "투게더(함께)"의 가치를 강조했다. 유승민을 가슴 뛰게 하는 동력을 묻는 질문에 "대한체육회장 선거 캠프에는 늘 독려해주는 팀이 있었다. 선수 시절엔 부모님과 김택수 코치님, 탁구 파트너 동료들이 있었다. 저의 원동력은 저의 팀"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3개의 바위를 깬 후 다음 미래비전을 묻는 질문에 "오늘 국회 예결위원장님을 뵙고 왔다. 약속도 안하고 가서기다림 끝에 만났다. 저로 인해서 내가 속한 조직과 구성원이 부강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다음 비전이다. 내가 속한 조직이 나를 통해 희망을 갖고 변화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 '뭐가 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왜 이렇게 바위를 깨면서까지 해야하는지 대한체육회에서 성과를 통해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은 것이 나의 미래 비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국제위원회를 통해 후배 올림피언, 메달리스트들의 참여와 성장을 독려중인 유승민 회장은 후배 메달리스트의 '원모어'도 함께 당부했다. "이번 선수위원 당선자 13명에게 작은 선물과 메시지를 보냈다. 도전해줘서 고맙다. 그동안은 선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에 대해 꺼려하는 느낌이 있었다. 동료선수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 "자기주관이 뚜렷하고 성실한 루틴을 겸비한 출중한 우리 선수위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조력자를 향한 감사다. 저도 처음엔 올림픽 무대가 저를 위한 건 줄 알았다. 단체장을 해보니 그 무대를 위해 수십만명이 노력한다. 선수촌 따뜻한 밥 한끼를 위해 조리사들은 새벽 5시면 일어난다. 선수 때는 잘 모른다. 행정을 해보니 알게 된다. 그런 감사의 마음을 겸비하고 전문성을 발휘해주길 바란다. 대한체육회장으로서 후배 선수들에게 기회와 경험을 제공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나온 전주 올림픽 유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유 회장은 "전북지사님께서 열정적으로 해주시고 있다. 대한체육회도 발맞춰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 초기단계라 속력를 내려고 한다. 올림픽과 관련해서 커스티 코번트리 새 IOC위원장이 2개의 워킹그룹을 만들기로 한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봅슬레이 레전드' 원윤종이 밀라노·코르티나올림픽 현장에서 선출할 IOC선수위원 11명의 최종 후보에 선정된 데 대해 "항상 관심을 갖고 있었다. 스켈레톤·봅슬레이에서 유일한 후보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대한체육회도 '원윤종 전담팀'을 구성해 전폭적으로 서포트하고 있다. 기대해보셔도 좋지 않을까. 미리미리 잘 준비하고, 저도 원윤종 위원에게 인사이트를 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지원을 약속했다.

유 회장은 마무리 발언은 대한체육회와 체육인을 위한 '원모어' 결의였다. "계란으로 바위를 깬 3번의 시간을 통해 여기까지 왔다. 대한체육회장이 된 이후 또다시 당면한 도전과제가 많다. 선수와 행정은 극명한 차이가 있다. 선수는 매번, 매대회 목표가 있다 .행정은 그게 아니다. 매일 매순간 대응해야 한다. 새 정부와 대한체육회가 함께 정책적으로 해야할 부분도 많다"고 했다. "'원모어' 정신으로 체육인들을 위한 예산 1억 더, 10억 더, 작년 파리올림픽 선수단이 144명이었다면 다음 올림픽은 한 명이라도 더,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원모어' 체육회라는 정신으로 일할 것이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격의없이 지적해달라. 네 번째 바위를 깰 그날을 위해 하나 더, 한걸음 더 노력하겠다"는 단단한 다짐을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