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왜 김혜성이 벤치에 머무는 동안 마이클 콘포토가 이렇게도 많이 출전하는 것일까?"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 매체 'LA타임스'의 LA 다저스 담당 기자 잭 해리스가 최근 팬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라고 한다. 최근 국내 야구팬들은 김혜성이 미국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고 있는데도 한정된 기회에 답답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는데, 다저스 팬들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국내 야구팬들이 한국 선수라서 김혜성의 출전 기회 부족을 꼬집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김혜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3년 총액 1250만 달러(약 169억원) 보장 계약에 합의했다. 오타니 쇼헤이, 무키 베츠,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다저스 슈퍼스타들의 몸값과 비교하면 헐값이지만, 다저스는 김혜성을 개막 주전 2루수로 고려할 정도로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김혜성은 스프링캠프 기간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면서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시즌을 맞이해야 했다. 첫 번째 시련. 다저스는 김혜성을 마이너리그에서 그저 방치하지 않고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타격 폼 개조를 도왔다. 그렇게 한 달 정도 김혜성은 음지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 5월 토미 에드먼의 부상 이탈로 빅리그에서 기회를 얻은 김혜성은 펄펄 날았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좌타자인 김혜성을 우투수 상대로 플래툰으로 활용했는데, 적은 기회 속에서도 공수에서 가치를 뽐냈다. 38경기에서 타율 0.369(84타수 31안타), 2홈런, 12타점, OPS 0.935를 기록했다.
김혜성의 출전 시간을 제한하는 존재가 바로 베테랑 좌타자 콘포토다. 콘포토의 올해 연봉은 1700만 달러(약 231억원)다. 김혜성의 3년 보장액보다 큰 금액이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몸값은 곧 그 선수의 가치다. 다저스가 김혜성보다 콘포토를 먼저 활용하는 것은 그런 면에서는 당연하다.
문제는 콘포토의 성적이다. 콘포토는 올해 72경기에서 타율 0.175(229타수 40안타), 6홈런, 19타점, OPS 0.600을 기록했다. 전반기 내내 1할 타자에게 더 기회를 주기 위해 3할 타자인 김혜성을 벤치에 앉히는 상황을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
해리스는 2일(이하 한국시각) 김혜성이 현재 콘포토보다 기회가 적은 이유 2가지를 꼽았다.
해리스는 "김혜성이 가장 수비를 잘할 수 있는 포지션은 2루수인데, 최근 에드먼 때문에 막혔다. 에드먼이 최근 몇 주 동안 발목 부상으로 외야수로 뛰기 어려웠던 탓이다. 그 결과 김혜성은 주로 중견수로 뛰어야 했다. 중견수는 김혜성이 기본을 잘 갖추지 못한 포지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저스는 콘포토에게 이번 오프시즌에 1700만 달러를 보장해줬고, 그가 여전히 공격 쪽에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최소한 트레이드 마감일까지는 콘포토가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인지 계속 기회를 줘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다면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인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혜성이 지금처럼 꾸준히 타석에서 활약한다면, 로버츠 감독도 더는 출전 시간을 제한할 수 없을 것으로 바라봤다.
해리스는 "에드먼은 이번 주에 외야수로 복귀했다.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과 콘포토의 출전 시간이 균등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비록 다저스가 지난주에 여러 왼손 선발투수들을 상대하는 바람에 둘 다 벤치에 있었지만). 내 예상에는 몇 달 뒤에는 김혜성이 지금과 같은 타격을 계속 펼친다면 조금 더 주전 멤버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콘포토가 선발로 출전하는 것을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인내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