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4일째 열대야…바닷가·대관령 정상에 열대야 피서객 북적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무더위를) 견뎌보려 애쓰다 결국 새벽에 바닷가로 나왔어요."
3일 동틀 무렵인 오전 5시쯤 강릉시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에 40대 후반의 한 부부가 돗자리를 깔고 누워 잠을 자고 있다.
초열대야를 견뎌보려다 결국 무더위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다가 바닷가로 나온 것.
이 부부는 다행히 이날 일출이 구름에 가려 햇볕이 뜨겁지 않아 비교적 시원한 바닷바람에 짧은 꿀잠을 잘 수 있었다.
이 부부는 "이제 여름이 막 시작됐는데 서민 입장에서 벌써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 수 없어 밤에는 껐는데 달아오른 도심의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아 잠을 자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부는 "새벽까지 잠을 설치다가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걷는 맨발 걷기를 하기 위해 나왔는데 시원해서 좋다"고 말했다.
이날 강릉의 밤사이 최저기온은 웬만한 지역의 최고기온과 비슷한 30.4도.
최저기온이 30도를 넘는 초열대야를 이틀째 기록했다.
강릉을 비롯한 열대야는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지속해 유입되면서 밤사이 기온이 크게 내려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강릉은 지난달 29일부터 4일째, 이틀 연속 초열대야가 지속하고 있다.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이다.
경포해수욕장에는 동트기 전부터 평소보다 10여 명 많은 20여 명의 시민이 나와 바다 수영을 하며 열대야의 아침을 맞았다.
대부분 슈트를 입지만 일부는 그냥 수영복만 입고 수영을 즐길 정도로 무더웠다.
폭염과 열대야에 지친 강릉시민들은 날이 어두워지자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남대천 월화교에 나와 앉아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김모(45)씨는 "아파트가 저층이라 바람이 들어오지 않아 가족과 함께 월화교에 나왔다"며 "그나마 강바람이 간간이 불어 더위를 식히고 있다"고 말했다.
남대천 하구의 솔바람다리와 강문 하구의 솟대다리, 송정과 안목, 경포해변 바닷가 솔숲과 경포와 강문해변, 사근진해변 등에도 많은 시민이 나와 바닷바람을 맞거나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무더위를 덜어내느라 애쓰는 모습이었다.
열대야가 좀처럼 없는 해발 832m의 대관령 정상에도 전국에서 몰린 캠핑카와 캐러밴이 벌써 빈 곳을 대부분 차지하고 무더위가 날 때까지 체류하는 장기 숙박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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