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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 친필 등 80여점"…시민이 모은 문화유산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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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주갑인자본 활자의 특징은 한자 밝을 명(明)의 변이 날 일(日)이 아닌 눈 목(目)입니다."

경북 구미시 금오산로 구미 성리학역사관의 기획전시관.
서른평 남짓한 전시관에 지역에서 모은 조선시대 이후 문화유산 80점이 관람객의 발길을 기다린다.
역사관의 기획전시인 구미시민 소장자료 특별전 '공유공감(共有共感) Gumi컬렉션'이 지난달 24일부터 손님을 맞고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역사관은 지난 2년간 시민 개개인이 지켜온 자료를 한자리에 모으기 위해 각별히 공을 들였다.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는 소장자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사관의 류영수 연구관은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는 게 소문이 나면 도난의 위험성도 높아지고 수집가들의 집중 타깃이 되기에 소장을 한 지역의 개인이나 문중, 단체 등은 보통 소장 사실을 잘 밝히지 않고 일반에 공개하는 것도 꺼린다"고 덧붙였다.
어렵사리 한자리에 모인 유산들은 소소하지만, 중요한 역사의 뒷얘기를 들려준다.

전시관 입구에 자리 잡은 사도세자의 친필은 세자가 8살 때 글공부를 하면서 남긴 붓글씨 흔적이다.
내용은 아버지 영조가 쓴 동몽선습의 서문을 사도세자가 따라 적은 것으로 부자지간의 비극적 결말이 있기 전 어린 세자의 영특함과 아버지를 향한 존경심을 엿볼 수 있다.
친필에는 1742년 8월에 썼다는 관지가 있으며 이 친필은 1994년 세상에 알려졌다가 자취를 감춘 뒤 30여 년 만에 실물 전체를 볼 수 있게 됐다.
붉고 푸른 채색이 눈길을 끄는 '해동여지도'는 18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 전도다. 제주도·울릉도·우산(독도)뿐만 아니라 대마도까지 우리 영토로 선명히 표시되어 있다.
북송에서 원나라로 이어지는 중국의 408년 역사를 수록한 '속자치통감강목'은 우리 금속활자 기술의 우수성을 확인시켜준다.
이 역사서는 1434~1580년 사이에 사용됐던 금속활자 '초주갑인자본'으로 간행됐다. 서울시 유형문화유산 454호로 지정된 것과 동일본이다.
초주갑인자는 제작 당시 통상 활자가 가늘고 빽빽해 보기가 어려운 탓에 좀 더 큰 활자가 필요해지면서 1434년 갑인년에 주조된 활자다.
이 활자는 당시 정밀한 천문기기를 만들던 기술자 등이 제작해 활자의 모양이 바르고 선명하며 조판 기술도 우수해 우리 금속활자의 백미로 꼽힌다.
특징은 밝을 명(明)의 활자 변을 날 일(日)이 아니라 당시 쓰이던 눈 목(目)으로 표현한 것이 이채롭다.

성리학역사관 측은 5일 "소중한 자료를 기꺼이 제공해주신 시민 소장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개개인이 지켜온 자료를 공유하고 공감하자는 뜻에서 기획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 "소장자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지역에 총 200여 점의 문화유산이 있음을 확인했다. 부득이 소장자의 동의를 얻지 못해 목록조차 공개하지 못 한 유산들이 많다"면서 "지역민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고 유산의 효율적인 관리와 보존을 위해 귀중한 자료는 국가문화 유산 지정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기획전은 오는 11월 2일까지 4개월간 이어진다.
mtkht@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