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내 아파트단지의 특정 동·호수를 겨냥한 정밀타격으로 보이는 미사일 공격으로 이 지역 의료계 핵심인사인 심장전문의와 그 가족이 사망했다.
이들의 유족은 이스라엘군이 고의로 이 아파트를 정확히 겨냥해 표적 공격을 가했다며 다른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2일 이스라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가자지구 인도네시아병원 원장인 심장전문의 마르완 알술탄과 그의 아내, 딸, 여동생, 사위가 숨졌다.
가디언이 전한 유족의 말에 따르면 미사일은 알술탄이 머무르고 있던 방을 정확히 타격했으며, 해당 아파트 단지에서 다른 동·호수는 공습을 받지 않았다.
현지 기자들이 촬영해 가디언에 제공한 사진과 영상에 따르면 공습으로 파괴된 곳은 해당 아파트 동 중 4층과 5층의 앞면으로, 알술탄 가족이 사용 중이던 곳과 정확히 일치했다.
알술탄 가족은 가자지구 전쟁 발발로 원래 살던 집을 떠나 이 아파트에 거주해왔다.
알술탄은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의료기관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병원의 원장직을 맡고 있는 현지 의료계 유력 인사였으며, 가자지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심장전문의 두 명 중 한 명이었다.
마르완 알술탄의 아들 아흐메드는 그의 아버지가 죽는 순간까지 생명을 살리기 위한 사명을 계속했다며 "그는 인도네시아병원에서도 (이스라엘군에) 포위당했고 카말아드완병원에서도 포위당했지만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르완 알술탄이 숨지면서 가자지구 북부 의료기관들의 병원장은 모두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숨졌거나 이스라엘군에 의해 구금돼 전원 공석 상태다.
카말아드완 병원의 아흐메드 알칼루트 원장과 후삼 아부 사피야 원장 직무대행, 알아우다 병원의 아흐메드 무한나 원장은 이스라엘의 감옥에 갇혀 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서를 내고 지난 2일 공격이 "가자시티 지역 하마스 테러조직의 핵심 테러분자를 타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공격의 결과로 관련 없는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없는 개인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가능한 한 무관한 이들에 대한 피해를 줄이는 방식으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팔레스타인의 의료종사자 단체 '헬스케어 워커스 워치'(HWW) 집계를 인용해 최근 50일 동안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알술탄을 포함해 의료종사자 70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유엔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래 가자지구에서 숨진 의료종사자의 수는 1천400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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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