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특약은 불공정거래 아냐" 코리안리 일부승소…대법서 뒤집혀
(서울=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국내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약 20년 간 경쟁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차단한 코리안리재보험(이하 코리안리)에 대해 정부가 과징금 부과 등 제재한 것은 정당하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5일 코리안리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공정위는 2018년 말 국내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시장에서 잠재적 경쟁사업자의 진입을 막은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코리안리에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78억6천500만 원을 부과했다.
1963년 대한손해재보험공사에서 시작해 1978년 민영화된 코리안리는 국내 대표 재보험사로 국내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시장에서 2013∼2017년 평균 점유율 88%를 차지하는 등 독점사업자 지위를 가진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했다.
공정위는 코리안리가 이러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1999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국내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시장에서 모든 손해보험사가 자사와만 거래하도록 했다고 봤다.
일반항공보험은 헬리콥터나 소형항공기가 드는 보험으로, 이 분야는 사고가 나면 지급해야 하는 보험료가 크기 때문에 재보험이 필수적이다. 재보험은 보험 보상 책임을 다른 보험사에 넘겨 위험을 분산하는 보험을 말한다.
코리안리는 당시 손해보험사들과 재보험 물량 전부를 자사를 통해서만 하도록 하는 특약을 맺어 독점적 거래구조를 유지했다고 공정위는 봤다. 이 특약에서 벗어나려 한 손해보험사에는 보험 관련 조달청 입찰 컨소시엄 참가 지분을 줄이도록 하는 등 코리안리가 불이익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정위는 코리안리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내렸고, 코리안리는 이에 불복해 취소 소송을 냈다.
쟁점은 코리안리가 해외 재보험사와 직접 거래를 하려는 국내 손해보험사들에 특약을 이유로 중단을 요구한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지였다.
서울고법은 2020년 10월 특약 자체는 배타조건부 거래(거래 상대방이 자기 또는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않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원고인 코리안리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또한 다시 산정돼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특약의 경쟁 제한 조건에 대해 양측이 자발적으로 합의했더라도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남용행위로 볼 수 있다며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또는 불공정거래 행위로서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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