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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전쟁'이다…폭염 속 동아시안컵도 '북중미행 공부', 홍명보호가 반드시 찾아야 할 해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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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주전 경쟁 만이 '전쟁'이 아니다.

중국전 쾌승으로 막을 연 2025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 홍명보호는 그라운드 바깥에서도 싸움을 펼치고 있다. 7일 중국전이 펼쳐진 용인 미르스타디움은 말 그대로 '찜통'이었다. 기상청이 측정한 오후 8시 킥오프 당시 기온은 29도, 체감온도는 31도였다. 습도는 90%에 달했다. 양팀 선수들은 전후반 각각 쿨링 브레이크를 가졌지만, 경기 내내 수분을 섭취하는 데 주력했다. 후반 막판엔 양팀 선수들 모두 체력 저하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날 결승골의 주인공 이동경은 "생각보다 더 더웠다"고 돌아봤다.

1년 뒤 펼쳐질 2026년 북중미월드컵도 '날씨와의 전쟁'이다.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 증명됐다. 동부 지역은 높은 습도와 낙뢰 예보, 서부 지역은 체감 온도 40도에 달하는 폭염 속에 대회가 치러지고 있다. 대회에 참가한 도르트문트(독일)는 폭염 탓에 선수들을 벤치가 아닌 라커룸으로 들여 보내 경기를 관전하도록 했을 정도. 극한의 온도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문가인 마이크 팁턴 포츠머스대 교수는 클럽월드컵을 지켜본 뒤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에어컨이 설치된 경기장으로 옮기고 가능하면 더 시원한 계절로 개최 시기를 변경하는 게 좋지만, 이미 결정됐으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더 시원한 시간대로 옮기는 것"이라며 북중미월드컵 결승전을 오전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본선에 진출한 홍명보호가 어느 지역에서 경기를 치를 지는 오는 12월 조추첨식을 통해 결정된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미국에 비해 북쪽에 위치한 캐나다(밴쿠버, 토론토)에 조별리그 경기가 배정되는 것. 미국 북부의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캔자스시티, 시애틀이 날씨 면에선 그나마 나을 것이라는 예상. 그러나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후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안전지대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초 이번 동아시안컵은 장마 기간에 펼쳐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예년에 비해 비가 덜 내리는 '마른 장마'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회가 시작됐다. 비록 내년 북중미와 완벽하게 같진 않지만, 적어도 더위라는 변수를 가정한 상황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미 변수도 생겼다. 윙어 전진우(26·전북 현대)가 더위로 인한 어지럼증으로 2주 회복 진단을 받으며 중국전 직전 낙마했다. 내년 본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다. 무더위 속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팀 운영과 전술을 찾아야 한다.

월드컵으로 향하는 길. 난관과 변수의 연속이다. 생소한 환경과 기후 속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승리와 성공이 뒤따른다. 지난 11차례 월드컵 본선을 통해 한국 축구가 경험했던 교훈이기도 하다. '월드컵 첫 모의고사'인 동아시안컵을 허투루 치를 수 없는 이유다.

용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