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미국의 한 난임 부부가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18년 만에 임신에 성공해 화제다.
남편이 '무정자증'이어서 체외수정(IVF)이 번번이 실패했지만 이번에 AI 기술 덕분에 부부는 첫 임신을 할 수 있게 됐다.
뉴욕포스트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 생식의학센터는 "AI 기술 덕분에 무정자증 남성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고 밝혔다.
무정자증은 정액을 검사했을 때 정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현미경으로 관찰해도 정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박한 상태다.
남성의 1%에서 발견되며 불임 남성의 10~15%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간 무정자증 환자에게 제공되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익명의 정자를 기증받거나, 고통스러운 고환 조직 채취 수술을 통해 직접 정자를 찾아내는 방법뿐이었다.
컬럼비아대 제브 윌리엄스 박사는 "정액이 정상처럼 보여도 현미경으로 보면 세포 찌꺼기만 가득한 경우가 많다"며 기존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에 윌리엄스 박사팀은 천체물리학자들이 우주에서 별과 행성을 찾는 AI 알고리즘을 응용해, 'STAR 시스템(Sperm Tracking and Recovery)'을 개발했다.
STAR는 고해상도 이미징 기술로 1시간 동안 800만 장 이상의 이미지를 분석하고, AI가 이를 통해 정자를 탐지한다.
한 샘플에서 기존 배아학자들이 이틀 동안 정자를 찾지 못했지만 STAR는 단 1시간 만에 정자 44개를 찾아내기도 했다.
마침내 윌리엄스 박사팀은 STAR 시스템을 활용해 18년간 아이를 갖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하던 부부에게 임신을 선물했다.
STAR 시스템으로 무정자증 남편의 정액 샘플에서 정자 3개를 찾아냈고, 해당 정자는 곧바로 체외수정(IVF)에 사용되었다. 채취 후 2시간 만에 수정이 완료되었고, 며칠 후 배아를 자궁에 이식했다.
윌리엄스 박사는 "축구장 10개에 흩어져 있는 수천 개의 건초 더미 사이에 숨겨진 바늘 하나를 2시간 이내에 찾는다고 상상해 보라"면서 "이것이 바로 STAR 시스템이 제공하는 수준의 정밀도와 속도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우주의 생명을 찾던 기술로, 지구에서 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데 쓰이고 있다"며 "그동안 생물학적 자녀를 포기하라던 많은 남성들에게 이제 가능성이라는 희망을 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부부는 12월 출산 예정이다.
STAR 시스템의 정자 탐지 및 냉동 보존 비용은 약 3000달러(약 410만원)다.
컬럼비아대 측은 현재 여러 환자들이 STAR 기술을 활용해 '정자 은행'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미국생식의학회 로버트 브래니건 회장은 "전망이 밝지만, 모든 새로운 의료 기술과 마찬가지로 충분한 데이터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