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그러니까 내 말은, 솔직히 저 공을 어떻게 치는 건지 모르겠네."
LA 다저스 리빙 레전드 클레이튼 커쇼도,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도 괴물 신예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 주인공은 밀워키 브루어스 우완 제이콥 미시오로스키. 지난달 빅리그에 데뷔한 2002년생 영건이 사고를 제대로 쳤다.
미시오로스키는 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아메리칸패밀리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12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밀워키는 3대1로 승리했다.
다저스 선발투수 커쇼는 미시오로스키의 투구를 지켜본 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커쇼는 최근 메이저리그 역대 20번째 3000탈삼진 대기록을 달성한 전설이다. 2008년 빅리그에 데뷔해 올해로 18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통산 442경기, 216승95패, 2793⅓이닝, 평균자책점 2.52를 기록, 1차례 내셔널리그 MVP와 3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명예의 전당 입성은 일찍이 예약한 상태다.
커쇼는 미시오로스키와 맞대결을 앞두고 "그가 누구?"라는 반응을 보여 미국 현지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그럴 만했다. 까마득한 후배인 것은 물론, 이제 막 빅리그에 데뷔해 5번째 선발 등판을 준비하는 선수이니 잘 알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커쇼는 경기 하루 전 "내가 상대할 투수가 누군지 모르겠다. 마운드에서 발목을 틀고 있는 저 사람인가? 그가 공을 세게 던진다는 것은 안다. 하이라이트 몇 개를 보긴 했다. 강한 공을 던지는데, (메이저리그에서는) 나를 제외한 모두가 강한 공을 던진다"며 고개를 갸웃했었다고.
경기 직후, 커쇼는 "이제 미시오로스키가 누군지 확실히 알았다"고 말했다. 커쇼는 6이닝 6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 호투를 펼치고도 미시오로스키의 벽에 막혀 패전을 떠안았다.
미시오로스키는 직구(42개) 슬라이더(24개) 커브(19개) 체인지업(6개)을 섞어 던지며 다저스 타선을 농락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01.6마일(약 164㎞), 평균 구속은 99.7마일(약 161㎞)이었다. 슬라이더 최고 구속은 97.4마일(약 157㎞), 체인지업 최고 구속은 93.3마일(약 150㎞)이었다. KBO리그 투수들을 기준으로 삼으면 리그 정상급 투수들의 직구보다 미시오로스키의 변화구 구속이 훨씬 빠르다. 느린 변화구의 대명사인 커브 최고 구속이 90.3마일(약 145㎞)이다.
커쇼는 "정말 인상적인 투구였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특별했다. 정말 모든 게 특별했다. 구속은 말할 것도 없고, 4가지 구종을 구사하는데 커맨드까지 훌륭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솔직히 저 공을 어떻게 치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괴물의 공은 또 다른 괴물이 공략했다. 오타니는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미시오로스키에게 중월 솔로포를 뺏었다. 초구 시속 100.3마일(약 161㎞) 직구 스트라이크는 지켜봤고, 2구째 시속 90.3마일(약 145㎞) 커브에는 헛스윙했다. 그리고 3구째 다시 시속 88.2마일(약 142㎞) 커브가 들어오자 걷어올렸다. 오타니의 시즌 31호포.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미시오로스키는 이후 6회까지 16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삼진 12개를 잡았다. 미시오로스키 이전에 다저스 상대로 삼진 12개를 잡았던 투수는 2023년 6월 22일, LA 에인절스 소속이었던 오타니였다.
오타니는 미시오로스키의 공을 경험한 뒤 "정말 좋은 공을 지녔다. 스트라이크존에 매우 공격적으로 들어왔지만, 내 눈에 가장 띄었던 것은 그의 커맨드와 제구력이었다"고 이야기했다.
팻 머피 밀워키 감독은 "미시오로스키는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선수다. 그는 여전히 보여줄 게 많이 남았다. 그에게는 정말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이 모든 기회와 그에게 일어날 일들이 정말 기대된다"고 했다.
미시오로스키는 올 시즌 5경기에서 4승1패, 25⅔이닝, 33탈삼진 평균자책점 2.81을 기록하고 있다. 또 다른 강속구 괴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에이스 폴 스킨스와 빅리그의 미래를 책임질 투수로 평가 받는다.
미시오로스키는 "3000탈삼진을 달성한 커쇼와 맞대결을 펼치는 것에 모든 존경심을 표하고 싶다. 그런 선수를 직접 보고, 또 맞붙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온라인에서 커쇼가 내가 누군지 모른다고 했다는 것을 봤다. 이제는 커쇼가 내가 누군지 알길 바란다. 정말 멋진 일 아닌가"라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