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에이스 지소연이 대한민국을 패배의 위기에서 구했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축구 A대표팀은 9일 중국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25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 1차전을 2대2 무승부를 거뒀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첫 단추였다. 지난 2005년 개최국 자격으로 참가해 우승을 차지한 이후, 단 한 차례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20년 만에 정상을 노린다. 쟁쟁한 상대들과의 경쟁이다. 제축구연맹(FIFA) 여자축구 랭킹 7위를 자랑하는 일본은 2008년을 시작으로, 2010년, 2019년과 더불어 직전 2022년 대회까지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중국은 아직까지 우승이 없지만, FIFA 여자축구 랭킹에서 한국(21위)보다 4계단 앞선 17위의 강팀이다. 대만(42위) 또한 만만히 볼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그렇기에 우승 도전을 위해선 중국전 승리가 절실했다. 중국은 아직까지 동아시안컵 우승이 없지만, FIFA 여자축구 랭킹에서 한국(21위)보다 4계단 앞선 17위의 강팀이다.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4승8무29패로 그간 꾸준히 열세였다. 지난 2015년 8월 1일 중국에서 열렸던 동아시안컵 1대0 승리 이후 11경기에서 4무7패로 승리가 없었다.
한국은 최전방에 노르웨이 2부리그 득점왕 전유경이 나섰고, 중원을 '에이스' 지소연과 '주장' 이금민, 정민영, 강채림, 문은주가 구축했다. 수비는 노진영, 장슬기, 고유진, 김혜리가 구성했다. 골문은 김민정이 지켰다. 젊은 선수들이 대거 선발 명단에 포함됐다. 2004년생 전유경을 비롯해 2000년대생만 4명이 선발에 자리했다. 세대 교체를 준비 중인 신상우 감독의 생각이 엿보이는 구성이었다.
중국은 선발 명단에 판 홍얀, 우 하이옌, 왕 링링, 장 쉰, 왕 쉬우앙, 야오 웨이, 리 멩웬, 진 쿤, 리우 징, 쉬아오 지친, 첸 챠오주가 이름을 올렸다.
중원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던 전반, 먼저 포문을 연 팀은 중국이었다. 전반 15분 박스 안으로 날아온 크로스를 수비가 걷어내자,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기다리던 야오 웨이가 바로 중거리 슛으로 연결했다. 공은 한국 골문 구석에 꽂혔다.
선제 실점을 허용한 한국은 이른 시점에 교체를 단행했다. 전반 23분 햄스트링 부상을 호소한 전유경을 빼고 김민지를 투입했다. 공격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분전했다. 좌측에서 문은주와 지소연이 연계를 통해 중국 수비를 뚫어내고자 했지만, 증국의 촘촘한 수비 라인 탓에 박스 안 진입이 쉽지 않았다. 전반 35분 박스 우측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문은진이 박스 중앙에 자리한 지소연에게 내줬다. 지소연이 시도한 슈팅은 골대 위로 뜨고 말았다.
한국이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전반 37분 역습 상황에서 좌측을 돌파한 강채림이 박스 안까지 진입했다. 강채림은 수비 견제에도 슈팅을 시도했으나, 공은 골대 옆으로 조금 벗어났다. 전반 43분에는 장슬기가 하프 라인 부근부터 직접 돌파로 중국 박스 정면까지 전진해 기회를 만들었다. 장슬기의 패스를 받은 문은주의 슈팅은 윗그물을 때렸다.
한국은 전반 막판 다시 경기 균형을 맞췄다. 꾸준히 두드리던 중국의 골문은 전반 막판 열렸다. 전반 추가시간 1분 좌측을 뚫어낸 크로스가 박스 중앙으로 흐르자, 쇄도하던 장슬기가 그대로 마무리하며 중국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은 1-1로 마무리됐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한국은 문은진을 빼고 현슬기를 투입했다. 1-1의 균형 속에서 한국과 중국은 천천히 공격을 시도하며 기회를 노렸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중국은 거친 파울로 연속해서 한국 선수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중국은 후반 12분 경합 상황에서도 공을 잡으로 달려가는 정민영의 다리를 탕 지알리가 걷어찼고, 후반 14분에는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왕 이안웬이 팔꿈치로 이금민의 머리를 가격하기도 했다.
중국이 다시 달아났다. 후반 22분 좌측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야오 웨이의 머리를 맞고 문전으로 향했고, 이를 샤오 지친이 머리로 밀어넣었다.
한국은 다시금 추격하기 위해 공세를 이어갔다. 후반 28분 정민영의 크로스가 골키퍼를 맞고 튀어나왔다. 이어진 공격에서도 정민영이 올려준 크로스를 고유진이 밀어넣기 위해 몸을 날렸으나, 공은 골라인 밖으로 벗어나고 말았다. 후반 35분에는 지소연의 침투 패스를 받은 현슬기의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으나, 이미 이전에 부심이 기를 들어올려 오프사이드를 선언한 후였다. 한국은 후반 36분 강채림을 빼고 추효주를 투입해 변화를 줬다.
한국은 계속 중국을 흔들었다. 후반 42분 역습 상황에서 현슬기가 올린 크로스는 박스 안 동료들에게 닿지 못하고 수비에 걸려 골라인 밖으로 나갔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이금민을 빼고, 케이시 유진 패어까지 투입해 마지막까지 공격할 체력을 유지했다.
다시 한국이 경기 균형을 맞췄다 주인공은 지소연이었다. 지소연은 후반 추가시간 5분 페널티박스 아크 좌측에서 중거리 슛을 시도했고 공은 그대로 골문 안에 꽂혔다.
결국 경기는 2대2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수원=이현석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