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부터 완주 아파트로…군민과 대화 3차례 무산 후 자구책
"소통 노력 높이 평가하지만, 감정 골 메울 수 있을까" 우려 시선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거처를 완주군으로 한시적으로 이전하는 배수진을 치면서 전주시·완주군 행정 통합이 새 국면을 맞을지 관심이 쏠린다.
임시 거처는 '소통 방식을 달리하겠다'는 김 도지사의 뜻이 반영된 결과지만 통합에 강하게 반대하는 완주의 정치권과 지역 단체들이 또다시 단체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도지사의 임시 거처는 그간 3번이나 무산된 완주 군민과의 대화를 '오답 노트' 삼아 짜낸 자구책이다.
사실 전주·완주 통합 갈등 국면에서 완주 군민과의 대화는 김 도지사가 꿋꿋하게 고수했던 유일의 소통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과 올해 6월 완주 정치권과 반대 주민 단체의 거센 반발에 밀려 좌절됐고, 올해 3월에는 완주 방문 일정을 잡아놓고도 정치적 민감도를 이유로 계획을 접어야 했다.
김 도지사는 가장 최근인 지난달 25일 완주군민과 대화가 무산되자 기자회견을 자청해 서운한 감정을 한껏 드러냈다.
그는 지역 정치권과 통합 반대 단체의 저항이 생각 이상으로 강경해 내쫓기듯 완주군청을 빠져나와야 했기 때문이다.
김 도지사는 당시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히면서 "일부 통합 반대 단체와 군의회의 조직적인 항의, 면담 거부, 입장 방해 등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시 찾아 뵙겠다"고 말해 대화와 소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그로부터 보름이 흐른 10일 소통의 방법으로 임시 거처를 완주로 옮기는 선택을 했다.
김 도지사와 도청 정무진은 완주군청 재방문 계획을 접는 대신 완주군민과 더 가까이서 만날 방법을 고민해왔다.
통합 찬성 주민과 반대 주민을 골고루 만나 감정이 배제된 '이성적인 대화'를 해보자는 게 거처를 옮기는 취지다.
전주·완주 통합이 전주 중심의 흡수 통합·완주군민의 복지 후퇴·완주군의 재정적 손해 등 각종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도 거처 이전의 배경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 도지사는 오는 20일 완주 삼봉지구의 한 아파트로 거처를 옮기면서 주민등록지도 군산에서 완주로 바꾼다.
완주 아파트에서 출퇴근하며 간담회, 동네 마실 등 다양한 형태로 주민과 만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8∼9월로 예상되는 주민투표 전 최대한 완주 군민을 만나 통합의 긍정적인 효과도 알릴 것으로 보인다.
전북도 관계자는 "인구 소멸을 극복할 대안 중 하나는 지자체 통합이라는 공감대가 전국적으로 많이 형성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서로 만나 차분하게 대화하면 오해도, 감정도 풀릴 텐데 지금은 방법을 바꿔 고조된 완주의 감정부터 다스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임시 거처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우려가 섞인다.
우석대학교 홍석빈 교양학부 교수는 "도지사의 소통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반대 단체들의 물리력 행사 우려도 여전한데, 지금까지 보여온 두 지자체 간 깊은 감정의 골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접 이해 당사자인 전주시는 소극적인 데 비해 도지사가 중립적 위치에서 벗어나 전주시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부정적인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현 난국을 헤쳐 나가려는 도지사의 뜻은 이해하지만, 정면 돌파 방식으로는 힘들지 않겠느냐"며 "완주로 가서 기존의 방법보다는 소탈하고 서민적인 모습으로 완주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doo@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