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LG 트윈스 마무리투수 유영찬이 예사롭지 않은 타구질을 뽐냈다. 볼거리는 제공했으나 LG로서는 귀중한 '한 타석'을 아쉽게 소비했다. 이미 6회부터 지명타자 포지션을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LG는 10일 잠실 키움전 야수 운용을 살짝 복잡하게 했다. 주전 포수 박동원이 지명타자로 나왔다가 6회부터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 포지션 대이동이 벌어졌다. 급기야 8회말에 투수 유영찬 타석이 돌아와서 대타도 쓸 수 없게 돼버렸다.
사실 이는 LG가 송승기를 선발투수로 내세우는 날 가끔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송승기의 전담 포수가 이주헌이다. 박동원은 송승기 선발 경기에 휴식을 취한다. 보통은 아예 스타팅에서 빠져 후반에 대타로 들어온다.
박동원이 지명타자로 나오고 이주헌이 선발 포수로 출전할 때가 문제다. 이주헌 타석에 대타가 필요하거나 박동원으로 포수를 바꾸고자 할 때 지명타자를 포기해야 한다.
이날도 그랬다.
LG는 6회초 수비에 들어가면서 이주헌을 뺐다. 지명타자 박동원이 포수로 이동했다. 8번 이주헌 자리에 투수 장현식이 들어갔다. 6회말 공격이 2번 천성호로 시작해 5번 문성주에서 끝나 별 영향은 없었다.
7회말 변수가 발생했다. 선두타자 오지환이 출루했다. 7번 구본혁(3루수) 타석에 문보경이 대타로 나왔다. 문보경은 삼진 아웃됐다. 8번 장현식 타석이 돌아왔다. 여기서 신인 박관우가 대타로 나왔다. 장현식은 이미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임무를 다했다. 대타 수순이었다. 박관우가 3-3을 만드는 동점 2점 홈런을 폭발했다.
LG는 8회초 수비를 앞두고 포지션을 대폭 변경했다.
박명근을 투수로 올리면서 7번 문보경을 뺐다. 3루수가 비어서 1루수 천성호가 3루로 갔다. 좌익수였던 김현수가 1루로 들어왔다. 7회말 대타로 들어온 8번타자 박관우가 좌익수에 위치했다.
박명근이 8회초 1사 후 2루타와 볼넷을 허용했다. LG가 다시 투수를 바꿔야 했다. 마무리 유영찬이 구원 등판했다. 유영찬은 이 때 7번 타순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유영찬은 8회초를 실점 없이 정리했다.
LG의 8회말 공격이 5번 문성주부터 시작했다. 2사 후 7번 유영찬 타석이 왔다. 유영찬은 9회에도 던져야 했다. LG는 대타를 쓸 수 없었다. 그래도 유영찬은 승부를 피하지 않았다. 냅다 방망이를 휘둘렀다. 우익수 방면 잘 맞은 타구를 날렸지만 아쉽게도 야수 정면이었다.
공교롭게 9회초에 수비 실책이 나왔다. 송성문의 1-2루 간 깊은 타구를 2루수 신민재가 잡아 1루에 송구했다. 1루에는 김현수가 서 있었다. 공이 뒤로 살짝 빠지면서 2루수 송구 실책으로 기록됐다. 송성문은 결국 스톤의 적시타 때 홈으로 들어오면서 결승점의 주인공이 됐다.
잠실=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