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엔진 문제보다는 조종사 동작·연료버튼 이상에 무게 쏠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지난달 12일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 공항에서 이륙 직후 추락해 27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에어인디아 소속 보잉 787 드림라이너 여객기의 사고 원인으로는 일단 기체나 엔진의 이상보다는 조종사의 행동과 연료 버튼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측 초기 조사를 잘 아는 인사들에 따르면 기체의 엔진 2개로 유입되는 연료 흐름을 통제하는 버튼이 사고 당시 꺼져 있어 이륙 직후 명백한 추력 상실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전했다.
조종사들은 이 스위치를 사용해 엔진의 시동을 걸거나 끈다. 또한 특정 비상 상황에서는 이 스위치로 엔진을 재설정할 수 있다.
해당 인사들은 연료 버튼은 비행 도중 켜져 있는 게 정상이라며 버튼이 어떻게, 어떤 이유로 꺼져 있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버튼이 꺼져 있던 것이 우발적인지 의도적인지, 버튼을 다시 켜려는 시도가 있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연료 스위치가 꺼져 있었다면, 사고 여객기가 인근 의대생 기숙사에 추락하기 직전 램에어터빈(RAT)으로 알려진 비상 발전기가 작동한 것으로 보이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이번 조사를 주도하고 있는 인도항공사고조사국(AAIB)은 WSJ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AAIB는 현지 시간으로 이르면 11일 이번 사고에 대한 초기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인도 항공청 당국자는 지난 달 하순 인도 현지 뉴스채널 NDTV에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추락 원인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며 "엔진 2개가 한꺼번에 멈춘 것은 결코 일어난 적이 없는 매우 드문 사고"라고 밝힌 바 있다.
사고기의 기장은 대형기를 1만시간 이상 조종한 베테랑이고, 부기장은 3천400시간의 조종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에어인디아는 밝혔다.
보잉은 최근 몇 년 동안 잇따라 안전 사고와 품질 이상 사례에 휘말리며 신뢰성에 타격을 입었지만 787 드림라이너 기종이 사고에 연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인도 당국의 사고 조사를 지원 중인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미 연방항공청(FAA) 관계자와 사고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 엔진 제작사 GE 관계자들은 인도 당국이 사고 조사에 대해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아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 정부와 산업계 관계자들은 또한 사고 직후 회수된 블랙박스의 다운로드 및 내용 분석과 공유가 더딘 점에도 좌절감을 토로하고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ykhyun14@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