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최근 정체불명의 인디밴드가 대중음악계를 강타해 화제다.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 갑자기 등장한 인디밴드 '벨벳 선다운(The Velvet Sundown)'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밴드는 수 주 전부터 곡을 발표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월간 청취자 수는 90만 명을 돌파하며 주목받고 있다. 대표곡은 'Dust on the Wind(바람 속 먼지)'이다.
한 달 만에 두 장의 정규 음반을 발매했으며, 이달 중순에는 세 번째 음반을 발매할 예정이다.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들의 실체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밴드의 멤버로 알려진 4명 중 누구도 언론 인터뷰에 응한 적이 없으며, 개인 SNS 계정이나 라이브 공연 기록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이 밴드와 음악이 인공지능(AI)에 의해 생성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밴드는 자체 SNS를 통해 AI 생성설을 부인했지만, BBC 등 매체와의 인터뷰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혼란을 더욱 키운 것은 미국 음악 매체 '롤링스톤'의 보도였다.
이 매체는 "앤드류 프렐론이라는 사람이 밴드의 대변인이라고 주장하며, '벨벳 선다운의 음악은 AI 툴인 '수노(Suno)'를 사용해 만들었다'고 밝혔다"고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롤링스톤지는 해당 남성이 실제로는 언론을 속이기 위한 허위 인물이었다고 다시 보도했다.
밴드의 스포티파이 페이지에도 '해당 인물과 우리는 무관하며, 그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어떤 증거도 없다'는 내용이 게재됐다.
벨벳 선다운의 음악은 남성 보컬과 기타 중심의 인디 발라드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가사 내용들이 포함돼 있어 인간이 직접 쓴 곡인지, AI가 생성한 것인지 사실 구분하기 어렵다.
프랑스의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디저(Deezer)'는 자사의 AI 탐지 기술을 활용한 결과, 벨벳 선다운의 음악은 '100% AI 생성'으로 판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포티파이는 아직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AI 음악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 각국의 뮤지션들은 자신들의 음원이 AI 학습에 무단 사용되는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엘튼 존, 두아 리파를 포함한 여러 아티스트들은 영국 정부에 AI 저작권 관련 입법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한 예술가 권리 보호 단체는 "이것이야말로 예술가들이 두려워해온 바로 그 상황"이라며, "AI 기업이 예술가의 작업물을 훔쳐 제품을 만들고, 이후 유사품을 시장에 쏟아내면서 실제 인간 창작자들의 수익을 빼앗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