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장고 이어지는 금융감독 개편안…수장 공백에 조직 '뒤숭숭'

by

이재명 대통령의 초대 내각 구성이 대부분 마무리됐으나 금융당국 조직 개편과 수장 인사가 지연되면서 조직 동요와 금융권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리더십 공백 장기화에 가계부채, 스테이블코인 규율, 불공정거래 척결 등 금융 현안 대응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제4인터넷전문은행 심사·인가 등 예정된 정책 결정이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 '금융정책·감독 기능 분리' 조직 개편 장고에 인선 늦어져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첫 내각 19개 부처의 장관 인선이 모두 완료됐지만, 금융당국 조직개편과 수장 인선은 늦어지고 있다.
대선 직후 사의를 표했던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한 달 넘게 새 정부와 어색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고, 김소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5월 16일 퇴임)과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6월 5일 퇴임) 자리도 공석이다.
차관급인 금융위 부위원장이나 금융감독원장은 청문회 절차가 필요 없어 빠르게 임명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다른 상황이다.
이는 금융당국 조직 개편 논의가 길어지는 데 따른 영향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업무는 금감원과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산업 진흥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해야 '엑셀(산업 정책)'에 '브레이크(감독)'가 종속되지 않고 제대로 견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다.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금융 소비자 보호만을 우선 과제로 둔 독립기구를 통해 소비자 보호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서 정책과 감독을 분리에 실익이 없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하는 안도 논란이 지속되면서 결론이 쉽게 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를 들어 소상공인 채무 탕감 이슈를 지금은 금융위에서 주도할 수 있지만, 정책·감독이 분리된다면 어디서 주도해야 할지 애매해진다"며 "감독 기능을 너무 강화하면 이번 정부의 화두인 모험자본 유도 방향과도 상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조직 개편이 감독기구를 여러 개로 늘려 금융사의 업무 부담만 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직개편 대상 기관인 금감원 역시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 중이다.
금감원 고위 간부들은 지난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을 찾아 금융소비자보호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되 조직을 금감원 내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노조도 지난 11일 성명서를 내고 "실질적인 소비자보호 강화라는 목표에 부합하지 않으며, 감독 체계의 비효율 및 책임 분산을 초래해 소비자 권익을 더욱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금소처가 분리되면 대형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발생 시 감독 자원이 분산되고 책임 소재가 모호해져 신속한 피해구제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 조직 분위기 '뒤숭숭'…인뱅 신규 인가 등 정책 공백 이어진다
신임 금융수장이 곧 발표된다는 설만 수주째 이어지면서 금융당국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조직 개편 논의가 길어지면서 정책 동력도 힘이 약해지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거나 관심사항인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대출 규제, 소상공인·취약계층 채무조정 등 현안에는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주요 중장기 금융정책들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지난달 예정된 제4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 발표가 기약 없이 연기된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은 은행 산업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추진해왔다.
주요 국정 과제를 주도적으로 처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스테이블 코인 규제 체계,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 새 정부 공약 사항을 논의해야 할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정책 자문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는 당연직 위원장인 금융위 부위원장직이 공석이 되면서 5월 초 이후 개점 휴업 상태다.
불공정거래 척결을 위해 금융위, 금감원, 한국거래소에 분산된 조사·심리 기능을 합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이달 신설하는데, 단장을 맡을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부문 부원장이 이달 말 임기 종료여서 부원장보가 대행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수장이 없고, 조직 개편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몇 달째 어수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주어진 업무는 차질없이 하고 있지만 새로운 정책을 발굴하고, 시장 신뢰를 주기엔 애로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도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크다"며 "국정기획위원회가 조직 개편 논의를 정리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언급한 만큼 이달 중에는 조직 개편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rcha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