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을 시작으로 주요 교역국에 줄줄이 고율의 관세를 통보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비교적 낙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수차례 관세를 통보했다 유예해온 만큼 이번에도 물러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시장이 안일한 태도를 보인다는 경고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엄포에도 시장은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폭탄'으로 시장을 뒤흔들었다가 물러서기를 반복해 '타코'라는 별명을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를 발표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90일간 유예 조치에 나섰다.
협상을 위한 시한이라고는 했지만, 이 기간 미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한 나라는 영국과 베트남 정도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부터 다시 관세 서한을 보내며 각국을 압박하고 있다.
또 구리·의약품·반도체 등 품목별로도 관세전쟁을 확대하면서 8월 1일로 부과 시점을 못 박고 더 이상의 유예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런 경고가 투자심리에 당장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모양새다.
10일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S&P 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도 상승해 종전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NYT는 주식 시장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위협이 아닌 협상 전략으로 보고 실제로 부과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WP도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항상 관세 계획에서 물러설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전문가 진단을 보도했다.
그러나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가 상승을 관세 위협 강화를 위한 자격증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달 자신의 핵심 국정과제를 실현할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의회 문턱을 넘은 만큼 관세도 자신감을 갖고 밀어붙일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NYT 역시 무역 합의를 강조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몇주 사이엔 내놓을 합의가 없는 것에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후퇴를 반복하던 초반과 달리 관세정책을 밀어붙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태세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얘기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나친 낙관론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아문디의 빈센트 모르티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타코' 트레이드에 대한 안일함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도 "불행히도 금융 시장에 안일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직 고위 당국자도 "시장은 관세가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가정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트럼프는 항상 관세를 좋아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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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