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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슬기 채취 사망사고 잇따라…"얕아 보여도 물속 위험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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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다슬기를 잡다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수심이 얕다고 방심하거나 구명조끼 등 안전 장구를 갖추지 않고 다슬기를 채취하다가 변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얕은 곳이라도 물속은 도처에 함정이 도사린다고 경고한다.
13일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2∼2024년) 6∼8월의 다슬기 관련 수난사고 구조 활동은 총 59건이며, 이 중 14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다슬기 채취 관련 사망 사고는 올해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일 오전 9시 57분께 경북 문경시 가은읍 영강에서 다슬기를 잡던 8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4일 오후 1시 30분께 청주시 미원면 운암길 감천에선 다슬기 채집망을 착용한 60대가 물속에서 숨진 채 인근 주민에게 발견됐다.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48분께는 충북 보은군 보은읍의 한 하천에서 다슬기를 잡던 80대 A씨가 물에 빠져 숨졌다.
그와 함께 다슬기를 잡으러 나갔던 아내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돌을 잘못 밟았는지 갑자기 미끄러지더니 사라졌다"고 진술했다.
아내는 A씨와 100m 떨어진 지점에서 다슬기를 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날 오후 11시 53분께 경북 영천시 화남면 금호리 고현천 수중보 근처에선 8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다슬기를 잡으러 간다며 나간 그가 늦은 시간까지 귀가하지 않자 가족들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전인 28일 오후 5시 31분께 강원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의 계곡에서 다슬기를 잡던 60대가 2m 깊이의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해장국 재료 등으로 쓰이는 다슬기는 하천에서 쉽게 채취할 수 있는 수산물이다.
초보자라도 수중 바닥 혹은 돌 주변을 잘 살피면 어렵잖게 손맛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물가 등 비교적 얕은 곳에서 다슬기를 잡겠다고 마음먹어도 주의하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린다.
다슬기 잡는 재미에 푹 빠져 자기도 모르게 물살이 세거나 수심이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고, 움푹 팬 곳을 밟아 허우적댈 수 있다.
또 A씨처럼 이끼 낀 돌 등을 밟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진 물속은 미끄러운 이끼나 수초 등이 우거져 있다.
일부는 크고 굵은 다슬기를 잡기 위해 깊은 곳으로 잠수하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한다.
이장현 충주소방서 구조2팀장은 "잔잔해 보이는 하천이라도 몸을 움직이다 보면 갑자기 수심이 깊어지는 웅덩이를 만날 수 있고, 물살이 센 곳에 들어가 급류에 휩쓸릴 우려도 있다"며 "아무리 수영에 능한 사람이라도 물속에서 넘어지는 등 순간적으로 당황하면 대처 능력을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안전 장구로 구명조끼만 입어도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혼자서 다슬기를 잡으러 물에 들어가는 것은 금물"이라며 "수시로 허리를 펴고 일어나 자신의 위치와 지형을 살피고, 위급 상황 시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동료와 멀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야행성인 다슬기를 찾아 늦은 저녁에 물속에 들어갔다가 위험에 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구조 당국자들은 날이 저문 뒤 혼자 다슬기를 잡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행동으로 절대 삼가야 한다고 당부한다.
윤광일 충북소방본부 119특수대응단 3팀장은 "어둠 속에서는 주변 환경이나 수심 등을 가늠하기 어렵고, 위험에 처해도 구조요청이 쉽지 않다"며 "야간 다슬기 채취에 나서면서 한기를 쫓기 위해 술까지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자칫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극단적인 사고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hase_aret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