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왜 김석환이었을까. 그리고 이우성은 왜 이를 악물고 야구를 해야할까.
KIA 타이거즈의 후반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반기 마지막 한화 이글스와의 3연저을 모두 패하며 4연패로 마감한 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전반기를 4위를 마쳤다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KIA는 김도영, 나성범, 김선빈, 곽도규, 박정우, 윤도현 등의 부상 악령을 이기지 못하고 올시즌 추락하는 듯 했다. 4월12일에는 꼴찌로 떨어지는 치욕을 맛봐야 했다. 5월14일만 해도 두산 베어스와 함께 공동 8위였다. 하지만 중위권 팀들과의 승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은 채 버티고, 또 버텼다.
김호령, 고종욱, 이창진, 김석환, 박민, 성영탁 등 '함평 타이거즈'들의 반란 속에 6월 중순부터 분위기를 바꿨다. 6월22일, SSG 랜더스와의 원정 3연전을 스윕하며 6연승으로 하위권과는 완전히 이별했다. 7월5일에는 2위까지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4위지만 2위 LG 트윈스와의 승차가 2.5경기에 불과하다. 그리고 반가운 소식이 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나성범, 김선빈, 이의리가 돌아온다. 팀 전력을 크게 안정시켜줄 보증수표들이다.
이들이 오니 잘해주던 선수들 중 2군에 가야하는 선수가 있다. 콜업되는 외야수 나성범 대신 김석환이, 내야수 김선빈 대신 홍종표가 12일 2군행을 통보받았다.
김석환의 2군행에 의문을 표시할 수 있다. 2017년 입단한 만년 거포 유망주. 올해도 타격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6월 6연승 과정 SSG전에서 결정적 홈런을 터뜨리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10경기가 20타수 7안타 타율 3할5푼으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3할5푼이라는 수치에만 너무 매몰돼서는 안되는 이유가 있다. 일단 이범호 감독은 3일 SSG전 3타수 3삼진 경기에 대한 실망이 컸다. 9일 한화전도 최형우가 빠져 선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는데, 볼넷 1개를 얻어냈지만 삼진 2개에 안타가 없었다. 꾸준함, 그리고 상황에 맞는 컨택트 등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10경기 3할5푼이지만 23타석에서 10개의 삼진을 당했다. 분명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왜 이우성, 최원준이 내려가지 않았느냐고 할 수 있다. 올시즌 지독한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던 이우성은 9일 1군에 복귀했으나, 11일 결정적 병살을 치는 등 복귀 후 활약을 이어가지 못했다. 예비 FA 최원준 역시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들보다 삼진을 먹더라도, 안타도 치는 김석환이 낫다고 보는 것도 무리한 주장은 아니다.
최원준이 수비에서 공헌도가 크고, 웬만해서는 엔트리에 넣고 가야하는 주전이라고 볼 때 논란의 중심은 이우성이었다. 지난해까지 주전으로 활약했고, 1루와 외야 포지션 변경도 마다하지 않았다. 올해 극심한 부진으로 지난달 6일 2군에 내려가 한 달 넘게 있었다. 2군에서 4할에 가까운 불방망이를 쳤으니, 올려야 하는데 오선우, 김호령, 고종욱 등이 잘하고 있어 올릴 자리가 없었다. 우여곡절 끝 1군에 올라온 선수를 3일 만에 다시 2군에 보내는 것도 너무 잔인한 일. 후반기 초반에는 어느 정도 기회를 받을 자격은 된다.
물론, 이 악물고 해야 한다. 이 감독의 메시지가 의미심장하다.
이 감독은 "2군에서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리가 있어야 올려주지 않겠나. 우성이에게 늘 '내려가면 자리 없다. 열심히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내려갈 때는 '한 열흘 쉬고 오면 되겠지'라고 선수들이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상황에 올라온 선수가 잘해버리면 올라올 선수의 기회는 자꾸 밀리는 것이다. 이우성도 다시 올라와 느끼고 있는 게 많지 않을까 싶다. 잘 준비해야 한다. 지금 다른 선수들이 2군에서 올라와 정말 잘해주고 있다. 한 타석, 한 타석 간절한모습이 보인다. 이런 점들은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프로의 세계에 영원한 주전은 없다. 간절함이 없으면, 2군행 버스에 언제든 오를 수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