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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육상부 + LG 투수왕국' 창시자들. 김경문·양상문 '시니어'의 화려한 역습! → 노병은 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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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노병은 죽지 않는다. 사라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화려하게 귀환했다. 적어도 올 시즌 KBO리그에서는 그렇다.

야구계 '올드보이' 김경문(67) 감독과 양상문(64) 코치가 진두지휘하는 한화 이글스가 2025 KBO리그 초대박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만년 꼴찌' 꼬리표를 집어던졌다. 전반기를 단독 선두로 마쳤다. 가을야구 진출 확률 100%, 정규시즌 우승 확률 71.4%다. 고인 물을 꺼려하고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지도자를 선호하는 추세 속에서 두 베테랑 지도자가 일으킨 반란은 의미가 크다. 9개 구단 감독 전원이 김경문 감독은 물론이고 양상문 코치보다 어리다.

지난해 6월 한화가 새 사령탑으로 김경문 감독을 선임했을 때 고개를 끄덕거린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한화는 20년 가까이 암흑기였다. 2008년부터 17년 동안 가을야구 1차례, 최하위 7회였다. 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들 비중이 늘면서 당장 성적을 낼 전력이 갖춰지지 않았다. 팀을 차근차근 만들어갈 감독이 필요하다고 여겨졌다.

김경문 감독은 현장을 떠난지 한참 된 인물이었다. 2018시즌 NC 감독직을 내려놓고 사실상 야인으로 지냈다. 이후 여러 감독들이 바뀌었지만 김경문 감독은 하마평에서도 멀어졌다.

야구에서 감독은 '관리자(manager)'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시니어 지도자들의 인기가 추락했다. 과거 우리 프로야구는 감독이 전권을 쥐고 운영했다. 언젠가부터 메이저리그처럼 단장의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KBO리그도 분업화로 가기 시작했다. 단장과 감독이 수평적 관계로 가야 하는데 아무래도 대선배를 그 자리에 두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양상문 코치도 마찬가지다. 양상문 코치는 LG 감독, 단장, 롯데 감독을 역임한 뒤 2019년부터 2선으로 물러났다. 5년 가까이 '전쟁터'를 떠났다. 고려대 선배 김경문 감독의 러브콜을 받아 투수코치로 파격 컴백했다.

돌이켜보면 한화의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김경문 감독은 과거 '두산 육상부'의 창시자다. 2000년대 후반 두산을 리그에서 가장 역동적인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화수분의 기틀을 다졌다.

양상문 코치는 LG 감독 시절 '투수 왕국'을 구축한 장본인이다. 양상문 감독 재임기간(2014~2017) LG는 특출난 에이스 없이도 팀 평균자책점 2위를 마크했다. 2017년에는 팀 평균자책점 1위였다. 현재 한화 부동의 캡틴으로 성장한 채은성도 LG 시절 양상문 감독이 발굴한 타자다.

두 베테랑 지도자의 조화 속에 이뤄낸 역동적이고 조직적인 야수진과 안정적인 마운드. 올 시즌 한화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선수 플로리얼을 필두로 이원석 문현빈 심우준 김태연 등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한화가 예전과 달리 상당히 빠른 팀이 됐다. 외국인 원투펀치 폰세와 와이스에 류현진 문동주가 이끄는 선발진과 리그 최강 마무리로 떠오른 김서현이 버티는 불펜진은 말할 것도 없다.

공교롭게 두 지도자 모두 KBO리그 우승이 아직 없다. 한화와 함께 의기투합해 대망의 꿈에 점점 다가서고 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