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구단의 결단 속에 영입한 외국인 투수들. 그런데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전반기 KBO리그는 극심한 투고타저였다.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3할 이상 타율을 기록한 선수가 단 10명밖에 안된다. 3할 타자를 보유하지 못한 팀들도 있다. 지난해에는 시즌 전체를 통틀어 3할 이상 타자가 무려 24명이었다. 보통 전반기 성적으로만 치면 3할 이상 타자가 더 많았다가, 시즌이 끝나면 그걸 유지 못하고 떨어지는 타자가 더 많아지는 게 보통이다. 그렇게 따지면 올시즌 종료 후 두자릿수 3할 타자가 나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반대로 투수쪽은 성적이 화려하다. 전반기 7승이면, 후반기 10승은 보장이라고 해도 무방한 좋은 성적. 그런데 7승 투수는 다승 공동 11위밖에 안된다. 지난해에는 10승 이상을 거둔 투수가 총 19명이었는데, 7승까지가 16명이다. 10승 가능성이 충분한 5~6승 투수가 무려 18명 더 있다.
여러 이유가 있다. 지난해부터 정식 도입된 'ABS'가 투수에게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것보다 올해 유독 수준 높은 외국인 투수들이 많이 합류한 게 결정타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코디 폰세(한화) 라일리 톰슨(NC) 아담 올러(KIA) 요니 치리노스(LG) 미치 화이트(SSG) 터커 데이비슨(롯데) 등이 주인공이다. 여기에 이들에게 밀리지 않는 재계약 외인 라이언 와이스(한화) 아리엘 후라도(삼성)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KT) 드류 앤더슨(SSG) 제임스 네일(KIA) 등도 성적이 좋다. 오원석(KT) 송승기(LG) 등 전혀 기대가 크지 않았던 국내파 투수들의 대반란도 중요하다. 오원석은 KT 이적해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전반기 10승. 송승기는 8승으로 신인왕 유력 후보다.
뿐만 아니라 대체 외국인 선수들의 파란도 주요 체크 포인드다. 돌풍의 주역은 알렉 감보아(롯데)다. 압도적인 구위를 앞세워 7경기 6승1패 평균자책점 2.11을 찍고 있다. 약점 노출로 긴장했던 KBO리그 데뷔전 패전 후 6경기 전승이다. 좌완인데 155km 강속구가 거침 없이 들어오니 공략이 매우 힘들다.
삼성의 새 외국인 투수 헤르손 가라비토도 3경기 1패 뿐이지만, 평균자책점은 2.57이다. 삼성의 전반기 막판 페이스가 워낙 안좋아 손해를 본 케이스일 뿐이고, 가지고 있는 구위 자체는 훌륭하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150km가 훌쩍 넘는 강속구를 던진다. 그런데 미국에서의 평이 비슷했다. 공은 좋은데 그에 비해 제구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빅리그 승격에도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들이 가진 특성이 KBO리그에서는 엄청난 무기가 되고 있다. ABS 때문이다. 오히려 제구가 좋아 존 안에 공을 잘 넣는 선수들이 불리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제구가 흔들려 의도한 것보다 더 바깥쪽으로 공이 가는데, 이게 타자들이 도저히 칠 수 없는 코스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니 '무적' 모드가 되는 것이다.
최근 쿠에바스를 대신해 KT에 입단하게 된 패트릭 머피도 비슷한 유형. 최고 157km 강속구를 뿌리면서 전형적인 '구위형' 투수다. KT 역시 감보아와 가라비토의 리그 적응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제구가 떨어지더라도 구위가 빼어난 유형의 투수를 선택한 셈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ABS 시대, 무조건 몸값 비싸고 메이저리그 경험 많고 한 선수들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다. 일단 공이 빠른데 메이저리그에 못 올라오는 선수들을 노리는게 더 나을 수 있다. 몸값도 그렇게 비싸지 않고, 제구가 그렇게 완벽하지 않은 게 지금 ABS 시스템에서는 오히려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 의견에 설득력을 더해주는 사례가 바로 콜 어빈(두산)이다. 엄청난 빅리그 커리어에, 완벽한 투구 로케이션을 가진 투수로 인정받았다. 마치 한국에 오면 20승은 거뜬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 속에 KBO리그 데뷔 시즌에 들어갔는데, 올시즌 가장 실망을 안긴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게 사실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