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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BSA] 민박부터 요리까지…요즘 예능의 웃음 무게, 청룡의 저울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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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예능은 더 이상 '가볍다'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다. 서사에 '무게추'를 달아, 웃음과 감동의 '중량감'을 채우는 장르다.

제4회 청룡시리즈어워즈(Blue Dragon Series Awards, BSA) 예능 최우수작품상 후보작들도 그렇다. 요리 하나에 계급이 나뉘고, 동맹과 배신은 인간의 민낯을 끌어냈다. 타인의 이름으로 살아본 72시간, 현실이 된 상상 속 민박집도 있었다. 이들 모두 '가벼움'이라는 고정관념을 거둬내고, 예능의 '무게 중심'을 재정의했다.

이제 예능의 진짜 단위가 트로피로 계량될 차례. 과연 청룡의 저울은 어디로 기울까. 7월 18일, 가장 '무거운 이름'으로 남을 작품이 측정된다.

▶넷플릭스 '대환장 기안장'

기안84가 설계한 세상에 체크인하는 순간, '기안적 낭만'이 룸서비스된다. '대환장 기안장'은 그 이름처럼 기안의 기이함으로 '환장미'가 있었지만, 묘하게 낭만적인 예능이었다.

기안84의 머릿속을 그대로 구현한 민박 '기안장'은 공간 자체부터 비범하다. 봉을 타야 부엌에 가고, 암벽을 올라야 침실에 도달하는 이곳은 말 그대로 '리얼 기안 월드'. 숙박객들은 이 불편함 속에 일탈을 만끽하며 '기안적 낭만'에 흠뻑 빠져들었다.

'기안장'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건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기안84는 특유의 기존 틀을 뒤엎는 철학으로 숙박객들과 소통하고, 편견 없는 시선으로 숙박객들을 위로했다. 여기에 진과 지예은도 합세, 웃음과 감동의 투숙기를 함께 완성했다. 결국 체크아웃할 때 남는 건, 웃기다가도 뭉클하고, 이상한데도 따뜻했던 체험의 기억 뿐.

시즌2까지 부킹한 '기안장'은 이제 청룡으로 향한다. 이 기묘한 '환장함'과 '기안적 낭만'을 통해, '5성급 민박 예능'으로 인증받을 수 있을까. 첫 청룡을 웰컴드링크 삼는 '기안장'이 진정한 객실 업그레이드를 기다리고 있다.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데스룸'

두뇌게임이 아니었다. 이건 심리게임이자, 사회게임이다. '데블스 플랜-데스룸'을 보다 보면, 게임의 규칙보다, 사람의 감정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최현준이 감옥동 미션에 성공했을 땐 빈부격차를 뚫은 듯한 묘한 쾌감이 있었고, 손은유와 이승현이 밤을 새워 '기사의 여행'을 풀고 끌어안던 장면에선 여성 연대의 뭉클함이 전해졌다.

또 정현규와 윤소희가 생활동 연합을 다져가는 모습,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세븐하이의 직진 화법, 끝까지 믿음을 택한 강지영의 선택, 고독한 전략으로 자신을 지키려 한 이세돌의 플레이까지. 이들을 보면서 우리는 어느새 스스로까지 비춰보게 됐다.

게임이 아닌, 한 편의 서사극처럼 전개된 '데블스 플랜-데스룸', 말도 많고 탈도 탈았지만 결국 공감과 화제성으로 'BSA 최우수작품상 후보' 자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디즈니+ 'My name is 가브리엘'

타인의 삶을 산다는 것, 이 이야기가 예능이 된다면. 'My name is 가브리엘'은 스타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려놓고, 세계 어딘가에서 낯선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보는 72시간의 리얼리티다.

박보검은 아일랜드에서 합창단장 루리로, 염혜란은 중국 충칭에서 훠궈 식당 지배인 치우치엔윈으로, 가비는 멕시코시티에서 거리 악사 우시엘로, 제니는 이탈리아에서 민박 사장 마리아로, 박명수는 태국 치앙마이에서 평범한 가장 우티로 살아봤다. 이들은 그 시간 동안 스스로를 지우고, 누군가의 하루를 꿰매며, 한 사람의 인생에 진심으로 깃들었다.

낯선 이름으로 살아낸 72시간, 이 여정이 청룡 무대에선 '진짜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까. 가브리엘이라 불렸던 시간은 끝났다. 'My name is 가브리엘'이라는 본래 이름이 청룡의 밤에서 가장 크게 호명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웨이브 '피의 게임3'

'서바이벌계 올스타전'이라 불러도 과하지 않다. 장동민, 홍진호, 김경란, 서출구, 유리사, 임현서, 엠제이 킴, 주언규 등 '레전드 플레이어들'이 총출동했고, 빠니보틀, 충주맨, 최혜선, 김민아 등 '서바이벌 뉴페이스'도 판을 뒤흔들었다. '피의 게임3'는 말 그대로 서바이벌계의 '왕좌의 게임'이었다.

특히 시스템의 진화가 눈에 띄었다. 탈락 면제권의 개수 조정, 개인 자금과 상금 분리, 잔해-저택-잔해라는 3파전 구도, '악귀'라는 장치까지. 이러한 룰의 리뉴얼은 반전의 재미를 더하며 '시즌제 서바이벌'의 모범 사례로 자리잡았다.

시청자를 납득시킨 우승자의 존재도 '서바이벌 예능'으로 완성도를 끌어올린 대목이다. 전략, 실력, 예능감까지 겸비한 장동민은 처음부터 끝까지 과정을 통해 우승을 증명해냈다. 승자의 서사를 함께 따라간 시청자에게 이 우승은 당연한 결말이었던 셈.

이제 '피의 게임3'는 장동민의 승리처럼, 또 한 번의 납득 가능한 엔딩을 꿈꾼다. 피 튀기는 청룡의 경쟁 속에, '피의 게임3'도 최후 승자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요리를 잘하면 계급이 바뀐다. 이 간단한 명제 아래, '흑수저' 출신 80인 요리 고수와 '백수저' 셰프 20인이 계급 전쟁을 펼쳤다. 처음에는 흔하디흔한 '요리 서바이벌'쯤으로 여겨졌지만, 안성재가 '이븐'하게 익지 않은 고기를 지적하고, 백종원이 눈을 가린 채 빠쓰를 먹으니, 대중은 열광했고, 판은 커졌다.

그렇게 시작된 열기는 글로벌 시청 기록을 갈아치우며 '서바이벌 쿡방'의 세계화로 이어졌고, 급기야 죽어가던 쿡방과 외식 산업까지 다시 끌어올렸다. 여기에 '나야, 들기름', '한국 이름은 이균'으로 통하는 새로운 스타 셰프들도 여럿 배출했다.

'흑백요리사'가 맛있었던 이유는 포맷 그 자체에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안대를 끼고 가면을 쓰면서 '계급과 편견'을 지웠고, 편의점이 통째로 들어온 세트나 대형 두부를 실어나른 크레인은 이 전쟁의 '스케일'을 키웠다.

이 '맛의 전쟁터'는 청룡에서 또 한 번 칼을 잡는다. '흑백요리사'가 청룡에서도 이 계급 전쟁의 '승기'를 들어올려, 진짜 '계급 전복 예능'을 완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제4회 청룡시리즈어워즈는 7월 18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진행되며, KBS2를 통해 생중계된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