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자진 사임도 아닌 '보직 해임'이다. 원클럽맨으로 17년간 함께 한 팀을 떠나는 마지막 발걸음이 씁쓸하다.
키움 구단은 14일 "홍원기 감독과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코치에게 보직 해임을 통보했다. 17일부터 시작하는 삼성 라이온즈와 후반기 첫 경기부터는 설종진 퓨처스(2군)팀 감독이 1군 감독 대행을 맡는다"고 밝혔다.
사령탑과의 작별은 대부분 구단에 의한 경질이다. 다만 형식만은 자진 사임의 형태를 띄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 예우다. 올해 지휘봉을 내려놓은 사령탑 1호가 된 이승엽 전 두산 베어스 감독 역시 자진 사임으로 구단을 떠났다.
하지만 키움은 단호했다. '해임'이라고 적시했다. 홍원기 감독 뿐 아니라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코치까지 프런트와 코치진의 수뇌부를 한꺼번에 날렸다.
홍원기 감독은 2021년 이후 5년째 키움 지휘봉을 잡아왔다. 부임 첫 2년 연속 가을야구에 성공했고, 특히 2년차였던 2022년에는 한국시리즈 진출에 이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도전하던 SSG 랜더스와 명승부를 펼쳤다.
다만 2023년 이후 키움은 순위표 맨 아래를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도 전반기 승률 3할대(0.307, 27승3무61패)를 간신히 지키는데 그치며 3년 연속 꼴찌가 유력하다.
계약 마지막 해인 만큼 시즌 막판 경질, 혹은 시즌 후 재계약 포기가 일찌감치 전망됐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올스타 휴식기에 경질이 이뤄졌다.
사령탑인 만큼 성적 부진의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 다만 오롯이 홍원기 감독만의 책임인지는 의문이다.
2020시즌을 마치고 김하성, 2023년 이래 이정후(미국 진출)-안우진(입대)-조상우(트레이드)-김혜성(미국 진출)이 줄줄이 팀을 떠나면서 라인업이 구멍 투성이가 됐다.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부터 간판 타자, 투수, 에이스, 마무리, 주장까지 누구 하나 가벼운 이름이 없다.
키움발 적극적인 미국 진출이 구단의 의사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조상우의 트레이드는 현금까지 낀 거래였다. 난감한 상황에서 묵묵히 지휘봉을 잡고 팀을 이끈 사령탑이었다. 거듭된 전력 이탈을 보완해줄 것이라 기대했던 이형종-원종현-최주환-이원석 등 베테랑들의 영입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당장 2할대 승률, 사상 첫 한시즌 100패 위기에 처한 올해만 해도 푸이그와 카디네스라는 '외국인 타자 2명' 체제, 김윤하-정현우로 이어지는 지나치게 젊은 선발진, 전태현 허준서 원성준 등 경험이 부족한 어린 타자들을 전면에 내세운 리빌딩 플랜이 대실패한 결과다.
이 같은 외국인 선수 운용 및 시즌 플랜을 짠 책임을 홍원기 감독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 후반기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홍원기 감독부터 쳐내는게 급선무여야만 했을까.
히어로즈 그 이전, 현역 말년이었던 현대 유니콘스(2006~2007) 시절 시작된 인연이다. 우리 히어로즈 시절인 2009년 1군 주루코치를 시작으로 2020년 수석코치를 거쳐 지휘봉까지, 16년간 1군 코치진으로 일해온 그다. 어차피 올해가 계약 마지막 해였다.
홍원기 감독은 지난 5년 통산 667경기, 293승 15무 359패(승률 4할3푼9리)를 기록했다.
고형욱 단장은 홍원기 감독의 임기와 같은 2021년부터 키움에 몸담았다. 김창현 수석코치는 2013년 전력분석원을 시작으로 홍원기 감독에 앞서 2020년 감독 대행을 맡았고, 올해까지 13년간 히어로즈인으로 살았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나란히 팀을 떠나게 됐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