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자녀를 위한 소득'으로 인식해 소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아동수당을 지급받은 가구에서 자녀를 위한 의류비나 문화·여가비 지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아동수당의 점진적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부모들이 아동수당을 자녀 복지와 미래 투자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할 정책적 접근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개인의 행태 변화 유도를 위한 현금지원정책의 효과와 시사점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수당 도입 이후 가계 소비 구조에 변화가 확인됐다.
아동수당은 아동 양육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고 건강한 성장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2018년 소득 하위 90% 가구의 6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다. 이후 대상이 점차 확대돼 2022년 4월부터는 소득 기준 없이 8세 미만 아동 양육 가구에 월 10만원이 지급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아동수당 대상을 18세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한다고 공약한 바 있으며, 이스란 보건복지부 1차관도 최근 "아동수당의 점진적 확대 등 아동에 대한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연구진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2018∼2021년) 자료 등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가계 소비가 감소한 가운데 아동수당을 받은 가구에선 그렇지 않은 가구에 비해 자녀에 대한 직접적인 의류비 지출과 문화·여가비 지출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문화·여가비 중에서도 서적·문구 구매 등 학습 관련 소비가 늘었다.
구체적으로 아동수당을 받은 가구의 자녀 의류비는 시행 전 및 아동수당 비수급 가구와 비교할 때 월 1만5천740원, 자녀 문화·여가비 지출은 1만3천329원 늘었다.
반면, 식료품비 지출은 줄었고, 코로나19 기간 사교육 위축 등으로 교육비 지출도 감소했다. 전통적인 사교육비가 서적 구입 등 정서적·창의적 발달을 위한 소비로 재배분되는 데 아동수당이 기여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추측했다.
아동수당 수급 가구의 자녀 의류비나 문화·여가비가 증가한 양상은 0∼2세 가구와 3∼6세 가구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다만 가구 소득수준에 따라서는 일부 차이가 있었다.
저소득 가구에서는 아동수당 지급 후 가계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의 비율인 엥겔계수가 증가하고 교육비도 증가했다. 저소득층에선 아동수당이 기초적 생활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 것이다.
중·고소득 가구에선 의류비와 문화·여가비 증가가 두드러졌으며, 특히 아동을 위한 적립예치식 저축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연구진은 "부모들이 심리적으로 아동수당을 '자녀를 위한 소득'으로 분류해 아동 중심 소비에 집중적으로 활용했다"며 "아동수당을 활용해 자녀의 정서적·사회적 발달을 고려한 소비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미래 투자를 위한 행동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는 아동수당의 기존 역할은 유지하면서도 "단순한 현금지원이 아니라 부모들의 소비 및 자녀의 투자 행동을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정책 설계에 대한 고민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가령 아동수당을 '자녀 성장 지원금' 등 특정 목적이 강조된 형태로 지급하거나 저축 상품 연계 인센티브 등을 결합해 제공하는 방식, 부모에게 장기 재정 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방식 등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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