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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 경기, 아마추어 대회 출입 금지' 단장 손발 다 묶었던 키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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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키움 고형욱 단장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키움 히어로즈는 후반기 시작을 앞두고 충격적인 결정을 했다. KBO리그에 전례 없는, 감독-단장-수석코치 동시 경질을 감행했다.

주축 선수들을 여기저기로 다 떠나보내고 자신들은 이익을 얻고, 도저히 장기 레이스를 버텨낼 수 없는 팀을 만들고서 그 책임을 현장 감독에게 물리는 결정을 해버리니 후폭풍이 거세다. 비리 혐의로 KBO 영구 제명 처분을 당한 이장석 전 대표이사의 개입설 등이 다시 피어오르고 있다. 그는 여전히 구단 최대 주주다. 위재민 사장은 이 전 대표의 법적 분쟁 과정 도운 인연이 있는 검사 출신 변호사다. 최근 키움 내부에 '이장석 라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들어오고 있다.

구단이 뒤숭숭한 가운데, 고형욱 단장은 올해 초부터 사실상 '손발'이 다 묶인, 권한을 모두 잃은 단장이었다. 무슨 일이었을까.

홍원기 감독이 경질된 것에 "잔인하다"고 할 수 있지만, 고 단장은 "그럴 수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단장이 이렇게 싸울 수 없는 팀을 만든 장본인으로 지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 단장은 선수 출신의 특수한 캐릭터의 단장이었다. 주특기가 스카우트다. 2009년부터 스카우트로 일하며 히어로즈와 인연을 맺었다. 스카우트 팀장이 단장이 되는 신화를 썼다. 고 단장은 홈-원정 가리지 않고 경기를 못 보는 한이 있더라도 스카우트 현장에 직접 나가는 단장이었다. 좋은 선수를 뽑고, 키워 팔아서 돈을 벌고 그 전력으로 순위를 유지해야 하는 키움 구단 운영의 특성상 고 단장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스카우트 외 선수 구성 권한 역시 단장에게 있기에, 그 부분도 신경쓰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다른 단장들과는 달리, 그 영역은 운영 파트쪽에 많은 권한을 주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고 단장은 올시즌 개막 후 충격적인 통보를 받아야 했다. 원정 경기에 가지 말 것, 그리고 아마추어 대회 현장에 가지 말 것이었다. 사실상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사무실에만 있으라는 얘기였다.

구단은 최근 몇 년간의 스카우트 실패를 이유로 들었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김혜성(LA 다저스)같은 슈퍼스타급 자질을 가진 신인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세상에 어떤 구단이 이제 갓 고교를 졸업한 선수들이 당장 주축을 활약할 것을 기대하는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점점 아마추어에는 선수가 없고, 실력도 기존 선배들과 격차가 커지고 있다. 잠재력 있는 선수를 뽑아, 최소 2~3년의 시간을 가지고 키워 1군용 선수로 만든다. 이정후, 김혜성은 정말 특수한 케이스. 그런 선수가 있었다면 키움 스카우트도 당연히 뽑지 않았을까. 그런 가운데 '당신이 선수 잘 못 뽑아 지금 팀 성적이 이러니 책임지시오'라고 하면, 소총 들고 핵 무기 가진 나라와의 전쟁을 왜 못 이기느냐고 하는 것과 다름 없는 무자비한 일이다.

사실 이 사유로 직무 배제를 시킨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내부에서 사건이 있었다. 누군가가 스카우트 파트 비리를 고위층에 제보한 것이다. 스카우트팀 모 직원이 아마추어 현장에서 금품을 받았고, 스카우트 분야에 빠삭한 고 단장이 이를 모를리 없다는 내용이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고 단장이 스카우트쪽을 모른다고 해도 책임을 져야 한다. 문제는 사건의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키움 내부적으로도, 이 사건이 '팩트'인지 단순 소문인지 확인하지 않고 징계부터 결정했다. 고 단장은 펄쩍 뛰며 억울함을 표시했지만, 구단 분위기는 이미 차가웠었다는 후문이다. 그렇게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다, 경질이라는 철퇴를 맞고 말았다.

키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후라도, 헤이수스 두 외국인 투수를 포기하고 외국인 타자 두 명을 선택하는 걸 고 단장이 직접 선택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올해 다 실패로 돌아간 외국인 선수 영입도 고 단장 작품이 아니다"고 귀띔했다. 정작 지금 사태에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따로 있다는 의미다.

키움은 없는 살림 속에서 이형종, 원종현, 이원석 등 특정 베테랑 선수들에게 거액을 안긴 것, 주축 선수들을 모두 팔아 돈과 지명권을 받은 것도 고 단장의 의지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장에서는 키움이 감독만 경질해, 홍 감독에게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그림이 안좋을 수 있으니 이미 고위층 눈밖에 난 고 단장과 김창현 수석코치까지 동반 경질을 하며 '그림'을 만들었다고 보고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