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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구단 선택 감쌌던 감독, 결과는 경질…40억 원투펀치 버린 책임은 왜 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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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꼴찌팀에서 10승을 넘긴 투수가 무려 2명. 그것도 타팀으로 가면, 각자 1선발이 될 수 있는 '에이스급' 투수들. 그 2명을 포기한 선택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지난해 키움 히어로즈는 외국인 선발 투수들로 '초대박'이 났다.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와 아리엘 후라도가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후라도는 이미 검증이 끝난 투수였다. 2023시즌 키움에 입단해 첫해 이미 2점대 평균자책점(2.65)에 11승(8패) 성적을 거뒀고, 재계약에 성공한 후 2년차인 지난해에도 10승8패 평균자책점 3.36의 성적을 올렸다. 2년 연속 30경기 등판, 180이닝 이상을 던져주는 철완이라는 점이 더욱 대단했다.

첫 선을 보인 헤이수스도 대박 작품이었다. 헤이수스 역시 나란히 30경기를 던지면서 13승11패 평균자책점 3.68의 성적. 둘 다 10승을 거뒀는데, 아무리 좋은 투수라고 해도 지난해 최하위였던 키움의 팀 성적을 감안했을 때 2명이나 10승 투수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이었다. 국내 선발 투수들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그런데 키움은 이 둘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사실상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구단의 설명도 일리는 있었다. 최하위에 처지고, 이정후까지 빠진 상태에서 팀 타선이 너무 빈약해지다보니 외국인 타자 2명으로 공격력을 강화하겠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후라도와 헤이수스는 개인적으로도 큰 손해를 입었다. 한때 키움이 2명 중 1명을 트레이드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소문까지 나오면서, 선수들도 싱숭생숭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키움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기는 했지만, 재계약이 아닌 신규 외국인 선수 조건으로 각각 삼성, KT와 계약했기 때문에 최고 연봉도 100만달러로 후라도의 경우 오히려 깎인 셈이었다.

그렇게 선택한 타자 2명이 2022시즌 키움에서 한 시즌간 뛰었던 '과거의 빅리거' 야시엘 푸이그와 삼성 라이온즈에서 대체 선수로 잠깐 뛰었던 루벤 카디네스였다.

하지만 현장에서, 야구계 관계자들 중에서 키움의 결정에 대해 설명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일단 재계약을 포기한 이유는 키움이 두 외인 선수의 연봉을 너무 부담스러워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후라도는 이미 2024시즌 연봉이 인센티브 포함 최대 130만달러였고, 헤이수스는 100만달러였다. 재계약을 하게 되면 성적을 감안해 후라도는 150만달러급, 헤이수스도 이에 못지 않은 금액으로 재계약을 해야하는데 김혜성까지 메이저리그로 떠난 키움의 전력을 감안했을때, 어차피 대권 도전 시기가 아니라면 이 연봉 부담을 낮추는 쪽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물론 키움 구단은 이를 적극 반박해왔다.

그러나 현장에서 타팀 감독들조차 키움의 이런 결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A팀 감독은 올 시즌 초 "10승 이상을 해주고, 이닝까지 소화해주는 에이스급 외국인 투수 2명을 포기하고 타자 2명을 데려오는 결정을 어떤 감독이 이해하겠나. 키움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거지, 다른 팀이라면 말도 안되는 결정이다"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다.

홍원기 감독은 시즌 초반 외국인 타자 2인 체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결국 쳐야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로 구단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외국인 선수 뿐만 아니라 그간 최원태, 조상우. 김휘집 등 핵심 선수들이 트레이드로 떠나고, 전력이 약해질 때마다 감독은 "구단의 결정을 이해하며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해왔다.

푸이그와 카디네스가 극도의 동반 부진에 부상이 겹치는 등 최악의 플레이를 했고, 실수를 인정한 구단이 결국 라울 알칸타라를 데려오면서 투수 2인 체제를 복귀했는데. 키움이 알칸타라를 영입하기 전 팀 승률이 0.254였던 반면, 알칸타라 영입 후 팀 승률은 0.414였다. 물론 푸이그, 카디네스가 이렇게 못할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문제는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키움이 포기한 후라도는 올해 삼성에서 '에이스' 노릇을 하며 8승7패 평균자책점 2.76의 호성적을 내고 있고, 헤이수스 역시 KT에서 초반 부상과 부침이 있었지만 등판을 거듭할 수록 다시 진가가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이 정상적으로 재계약을 했다면, 올해 합계 연봉이 40억원 이상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두 선수 모두 성품, 인성까지 좋아 팀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삼성과 KT 관계자들은 후라도, 헤이수스 이야기가 나오면 일단 팀 적응력과 동료들과의 친화력, 성격까지 언급하며 싱글벙글이다.

14일 경질이 발표된 홍원기 감독과 고형욱 단장이 올해 외국인 선수 계약을 직접 지휘하지 않았다. 고 전 단장은 이미 선수단 구성 등 핵심 결정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알려졌고, 홍 감독 역시 결정을 공유하는 수준이었을 거라고 보고 있다. "올해 절대 꼴찌는 안할 자신이 있다"고 외치며 개막을 맞이했던 키움이 개막 하자마자 꼴찌로 추락한 핵심 요인은 결국 이 전략 실패가 컸다. 하지만 책임은 결국 '이들만' 졌다.

2년 연속 최하위팀 감독이 팀을 떠나는 것 자체가 이질적이지는 않다. 팀 성적이 부진한 감독은 언제든 옷을 벗을 준비를 하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년 연속 5강에 들었는데도,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으로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간 이승엽 전 두산 감독이 떠날 때도 이런 반응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유독 키움의 이 결정에 많은 화살들이 감독이 아닌 구단을 겨냥할까. 히어로즈 구단 고위 관계자들이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