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바야흐로 투고타저의 시대, 가장 강력한 원투펀치를 보유한 팀이 리그 1위를 질주하는 시즌이다.
하지만 달라진 리그 환경에도 변함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타자의 가치도 못지 않다. 롯데 자이언츠 빅터 레이예스가 그런 선수다.
지난해 대비 확연해진 프로야구의 투고타저는 기록을 통해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지난해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중 3할 타율을 넘긴 선수는 무려 24명, OPS(출루율+장타율) 0.8을 넘긴 선수는 34명에 달했다.
반면 올해 전반기 시즌 3할 타자는 단 10명 뿐이다. OPS 0.8을 넘긴 선수도 16명으로 줄어들었다. 작년 대비 약 절반 수준이다.
특히 기준 기록내 명단도 사뭇 바뀌었다. 시즌 MVP 김도영이나 홈런왕 데이비슨, 최정처럼 간판 타자가 부상으로 빠진 경우도 있지만, 로하스 구자욱 에레디아 김재환 등 기존 선수들이 부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신 위즈덤 디아즈 등 새 외인들과 문보경 김성윤 문현빈 등 젊은 피가 새롭게 리스트를 채웠다.
이 와중에 고고하게 자리를 지키는 선수가 바로 롯데 레이예스다. 김태형 감독은 "라인업을 짤 때마다 레이예스와 전준우가 해줘야한다고 생각하는 날이 많았는데, 또 그 둘이 고맙게도 필요할 때 자기 역할을 해주더라"며 너털웃음을 짓곤 했다.
레이예스는 지난해와 큰 차이 없는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올해 타율 3할4푼(1위) 10홈런(14위) 69타점(2위) OPS(출루율+장타율) 0.887(7위) 122안타(1위)를 기록중이다. 타율과 OPS 하락폭이 1푼 가량에 불과하다.
특히 최다안타는 2년 연속 1위가 유력한 상황. 2위권 문현빈-송성문(이상 102개) 디아즈(100개)를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았다. 이대로 144경기를 치르면 197안타를 치게 된다. 202안타 신기록을 세웠던 지난해 못지 않다.
홈런, 타점 등 다른 기록들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작년보다 빠른 페이스다. 다른 타자들의 기록이 하락한 가운데 혼자 자기 위치를 유지하니 각 부문 최상위권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전경기를 뛰는 체력과 건강 관리, 찬스에 강한 클러치 능력으로 전반기 롯데 3위를 이끈 주역이다.
디아즈(29개)가 독주중이고, 그 뒤를 오스틴 위즈덤(이상 20개) 노시환(17개)가 따르고 있는 홈런 부문에선 레이예스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레이예스는 2루타 1위(27개)의 존재감을 앞세워 올해 장타율 부문 7위를 기록, 홈런이 부족할 뿐 장타를 치는 능력은 밀리지 않는다.
태극 머리띠와 밝은 미소로 드러나는 한국 적응도도 만점이다. 올스타전에서도 '대한 외국인' 퍼포먼스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의 만족감도, 타 팀 사령탑들의 부담감도 남다르다. KT 위즈가 이강철 KT 감독에게 마이크를 채운 올스타전 영상에서 김태형 감독은 '레이예스 내년에도 쓰죠?'라는 이강철 감독의 물음에 "써야죠. 레이예스만한 선수가 어디 있나요"라며 웃는다. 이강철 감독을 비롯한 타 팀 사령탑들 역시 레이예스에 대해 "저기까지 가면 안된다 싶은 선수다. 우리 투수들이 못 막는다", "다 잘친다. 왼손 투수 내도 (오른쪽 타석에서)다 친다"며 연신 찬사를 보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