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제작을 비롯한 광고 시장의 패러다임이 AI로 인해 급격히 바뀌고 있다. 특히 AI 기술 활용이 광고 제작의 중심으로 부상한 가운데, 일반 창작자와 브랜드를 직접 연결하는 AI 영상 플랫폼 'OYE(Open your eyes)'가 10일 정식 출시됐다. OYE는 누구나 AI로 생성한 콘텐츠와 광고를 통해 수익화까지 가능한 참여형 콘텐츠 플랫폼이다. 특히 기존처럼 대행사나 제작사를 거치지 않고, 브랜드와 일반 크리에이터가 직접 협업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가 특징이다.
OYE의 첫 번째 공식 프로젝트는 'OYE AI 광고 챌린지'다. 참가자들은 OYE에 등록된 브랜드나 상품을 주제로 AI 영상 도구를 활용해 30초 내외의 광고 콘텐츠를 만들고, SNS에 공유한 후 구글폼으로 제출하면 된다. 첫 에피소드의 소재로 제시된 제품은 물티슈로 많이 알려진 미마(Miima)의 비데 물티슈 제품이다. 단순 참가자에게도 5,000원의 리워드가 지급되며, 100만원의 상금과 실제 브랜드 협업 기회가 주어진다. 선정된 영상이 실제 브랜드가 채택하여 광고로 유통될 경우, 조회수를 기반으로 추가 수익을 지급한다. OYE 관계자는 "AI로 영상 제작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브랜드와 창작자가 직접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제시한 것이 이번 챌린지의 핵심"이라며, "수시로 신규 브랜드나 제품이 등록될 예정이며 창작자는 언제든 챌린지에 참가해 리워드나 광고 수익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광고 시장에서는 생성형 AI 기술의 확산과 함께 기존 대행사 중심의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메타(Meta), 구글(Google) 등 글로벌 플랫폼들은 AI 기반 콘텐츠 생성과 타겟 분석, 광고 집행을 자동화하는 도구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으며, 광고주들 역시 대행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캠페인을 운영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세계 최대 광고대행사 중 하나인 WPP는 올해 들어 주가가 40% 이상 하락했고, AI 기반 셀프서비스 광고 도구 확산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WPP는 자체 AI 운영 시스템 'WPP Open'을 통해 대응에 나섰지만, 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시장 전망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글로벌 AI 광고 시장은 2023년 약 67억 달러에서 2033년 284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전체 AI 마케팅 시장은 2030년까지 80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I 기반 검색 광고 지출은 2025년 전체의 1% 수준에서 2029년에는 13.6%까지 비중이 확대될 전망이다. 광고 제작, 집행, 성과 측정 전 과정이 AI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KT는 최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AI 광고 공모전을 열고, 수상작을 실제 자사 캠페인에 활용하기로 했다. 화장품 브랜드 고혼진 역시 AI 기반 영상 공모전을 열어 소비자가 제작한 광고를 브랜드 공식 콘텐츠로 채택하고, 이를 실제 마케팅 및 홍보 콘텐츠로 활용할 예정이다. OYE는 이같은 단발성 공모전 구조를 넘어, 브랜드와 크리에이터가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상시형 플랫폼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OYE는 앞으로 광고 콘텐츠 외에도 AI로 생성한 숏폼 드라마,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창작 분야로 생태계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창작자들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클래스, 프롬프트와 탬플릿 공유 및 판매, 다양한 생성툴의 무료 크레딧 제공, 유명인 또는 웹툰 캐릭터의 IP 공유 등을 통해 AI 초기 창작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특히, AI 광고 및 콘텐츠 유통을 통한 창작자의 수익화를 목표로 브랜드 매칭 시스템, 글로벌 유통 연동, 성과 기반 수익 분배 기능 및 광고 분석 툴, 저작권 필터링과 등록 시스템을 제공하고, 향후에는 Web3 기반 팬 후원 기능도 도입할 예정이다.
OYE 측은 "AI 시대에는 누구나 빠르게 고품질의 제작물을 생성하는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고, 이를 통해 광고에 기여하고 이를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며 "혹자는 이미 콘텐츠 시장을 점령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이 있는데 OYE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90% 이상의 창작자는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기대하고 진입했다가 결국 포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OYE는 일반 창작자와 브랜드, IP 보유자를 직접 연결하고 AI 생성을 통해 빠르게 콘텐츠를 생성하고 유통하는데 주력한다. 이를 통해 적은 진입 비용으로도 창작자가 수익을 가져갈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튜브는 AI를 활용해 제작된 반복적이고 대량 생산된 콘텐츠에 대한 수익 창출을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한다고 9일 밝혔다. 7월 15일부터 시행되는 이번 정책은 AI 생성 콘텐츠가 플랫폼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대적 정비 작업으로 보인다. 이러한 빅테크 플랫폼들의 정책은 OYE 같은 AI 중심 플랫폼의 등장을 도리어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창작자들에게 이들 신생 플랫폼이 또 다른 수익원으로 비쳐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권영한 기자 kwonfilm@sportschosun.com